기적 리뷰

[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 진짜는 이길 수 없다. 실화 모티브 영화 ‘기적(이장훈 감독)’이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5일 개봉한 영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 분)과 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 최초의 민자역사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출발한 작품이다. 준경은 대통령에게 간이역을 요청하는 편지를 수도 없이 쓰지만 실현되기란 쉽지 않다. 가족들은 그만 하라고 타이르지만 그럴수록 준경의 간절함은 더욱 배가 된다. 그러나 같은 반 친구 라희(임윤아)만은 준경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원사격한다. 수학과 과학에 천재성이 있는 준경은 경시대회까지 도전하며 대통령 만나기 프로젝트에 돌입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준경의 꿈이 허무맹랑해 보일지 몰라도 준경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가장 소중한 꿈이었다. 간이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편리성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연관된 준경의 어린시절 기억들은 고등학생때까지도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하지만 준경의 진심을 알아차리고 동네사람들, 나아가 가족들도 변화한다. 끝내 간이역을 위한 노력에도 힘을 보탠다. 그렇게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간이역의 꿈에 한발씩 다가간다. 그들은 함께 작지만 큰 기적을 이뤄나간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유쾌하고 따뜻하다. 1980년대 시대배경에 푹 빠져 누군가는 어린시절을 회상하고, 이후 세대들은 레트로 감성에 푹 빠지게 된다. 그 시절의 음악들과 소품, 의상들도 반갑다.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준경의 순수함은 보는 이들의 마음도 정화시킨다. 작품 중간 중간 스며있는 소소한 유머코드들도 기분 좋은 미소를 번지게 한다. 박정민과 임윤아의 설렘 가득한 케미도 연애세포를 깨운다. 하지만 방심하는 건 금물이다. 준경과 아버지의 서사, 준경과 누나의 서사 등 극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는 아니지만, 웃음과 감동의 배합이 적절해 보는 사람마다 감동의 포인트도 상이하다. 영화의 줄거리만 봤을땐 다소 뻔할 수 있지만, 작은 반전도 숨어있다.

극의 몰입을 높이는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등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마음과 달리 무뚝뚝한 아버지 이성민, 오직 간이역의 꿈만 바라보는 박정민, 그런 그를 조력하는 임윤아, 판타지스러운 인물이지만 극에 녹아든 이수경까지 앙상블이 좋다. ‘기적’은 큰 규모의 블록버스터도 선 굵은 장르물도 아니지만 영화가 끝난 뒤 남는 여운은 결코 밀리지 않는다. 특히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따뜻한 힐링 영화라는 점이 추석 극장가 대결의 ‘4번 타자’가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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