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훈! 한골을 부탁해\' 벤투 감독[포토]
벤투 감독이 지난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레바논전에서 후반 권창훈을 교체 투입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남태희(알 두하일), 권창훈(수원 삼성)….

이달 초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1~2차전을 치른 축구대표팀 ‘벤투호’에 소집된 주력 공격수가 줄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나란히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부상을 떠안으면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선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르고 있다.

부상자 대부분 다소 무리하게 지난 2연전을 치른 건 사실이다. 손흥민, 황의조 등 일부 유럽파는 소속팀 일정으로 지난 2일 이라크와 1차전을 이틀여 앞두고 뒤늦게 합류했다. 이들은 시차 적응이랄게 없이 이라크전에 선발 요원으로 뛰었다. 특히 황의조와 지난 여름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에 복귀한 권창훈은 휴식기 없이 도쿄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참가했고 곧바로 소속팀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결국 탈이 났다. 남태희도 카타르 스타스리그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몸을 만드는 상황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전 사령탑과 다르게 베스트11을 고정화하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전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게다가 이번엔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최종 예선 첫 2연전이다 보니 더욱더 정예 멤버를 가동했다. 그러나 주력으로 뛴 해외파 자원 대부분 장거리 비행과 더불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결국 이라크전을 무기력하게 0-0으로 비겼고, 7일 레바논과 2차전에서도 졸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기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축구 전문가는 한참 시즌 중으로 몸 상태가 나은 K리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두고 있다. 내달 예정된 3~4차전은 시리아와 안방 승부를 펼친 뒤 이란과 ‘지옥의 아자디 원정길’에 오른다. 국내와 중동을 오가야 하는 일정으로 이번 안방 2연전보다 숨가쁘다. 대표팀 선수단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대표팀 내부와 외부에서 보는 시각엔 온도 차가 존재한다. 주력 선수 줄부상 논란에 벤투 감독도 할 말은 있다. 우선 한국처럼 해외파가 주력인 다른 나라 대표팀도 소속팀 일정과 더불어 장거리 비행 변수가 존재한다. 컨디션은 선수 스스로 우선 책임져야 한다. 그게 프로의 자세다. 지난 레바논전을 앞두고 선수 피로 얘기에 벤투 감독이 “우리는 그저 잘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코치진이 해야 할 역할은 최소한에 그친다는 견해를 보인 적이 있다. 또 대표팀 사령탑은 최상의 스쿼드로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하는 게 사실이다. 자칫 선수의 컨디션을 배려한다고 기존에 중용하지 않은 벤치 요원을 모험적으로 내세웠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또 다른 비판에 휘말릴 수도 있다. 다만 이번처럼 선수들이 소집 이후 줄부상에 시달린 적은 없었다. 최종 예선 내내 중동을 오가야 하는 일정인 만큼 벤투호의 ‘명확한 플랜B’ 수립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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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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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축구인은 선수 줄부상 논란 속에 진짜 문제로 ‘비주전 요원의 사기 하락’을 꼽고 있다. 벤투 감독이 부임 이후 보수적인 선수 기용을 하다 보니 벤치 요원의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졌고, K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도 “대표팀 멤버는 정해져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 지도자는 “A대표팀에 다녀온 선수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유럽파보다 부족한 것은 인정하나, 갈수록 뛸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 허탈한 마음이 있다’더라”고 말했다. 여러 지도자는 벤투 감독이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과 더불어 내부 경쟁 구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도 월드컵 본선을 향하는 데 중요한 묘책이 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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