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메드베데프 그랜드슬램 첫 우승 감격
다닐 메드베데프가 12일(현지신) 2021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3-0으로 누르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뉴욕| EPA 연합뉴스

[스포츠서울|김경무전문기자]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냈다(長江後浪推前浪).”

세계랭킹 2위 다닐 메드베데프(25·러시아)가 세번의 결승 도전 끝에 마침내 그랜드슬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노리던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를 무참히 좌절시켰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우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US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남자단식 결승전. 애초 51대49로 조코비치가 우승할 것이라는 대회 주최측의 예상과 달리, 메드베데프의 3-0(6-4, 6-4, 6-4) 완승으로 끝났다. 우승 상금은 250만달러(29억2500만원).

메드베데프 우승트로피
메드베데프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코트에 드러누운 메드베데프
조코비치를 누른 뒤 메드베데프가 코트에 누워 감격을 맛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메드베데프는 지난 2월 2021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0-3(5-7 2-6 2-6)으로 진 것을 말끔히 설욕하면서 자신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하드코트의 US오픈에서 그랜드슬램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 2019년 US오픈 때 처음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결승에 올랐으나 5시간 남짓 혈전 끝에 라파엘 나달(35·스페인)에게 2-3으로 진 바 있다. 지난해 US오픈 남자단식 4강전까지 무실세트로 파죽지세였으나 도미니크 팀(28·오스트리아)에게 0-3으로 진 바 있다.

경기 뒤 시상식 인터뷰에서 조코비치는 다소 울먹이면서도 메드베데프를 향해 “놀라운(Amazing) 경기, 놀라운 대회였다. 누군가 지금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할 선수가 있다면 바로 당신이다. 너무 잘했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메드베데프는 조코비치를 향해 “무엇보다 당신과 당신의 팬들에게 미안하다. 이전에는 말한 적이 없는데, 당신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라고 했다.

조코비치와 메드베데프
경기 뒤 서로를 격려하는 조코비치와 메드베데프. 뉴욕|AFP 연합뉴스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이후 52년 만에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노리던 조코비치는 이날 메드베데프와 맞서 서브와 스트로크 파워, 코트 커버 등에서 밀리며 대기록 달성 꿈을 이루지 못했다. 로저 페더러(40·스위스), 나달과 역대 공동선두인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20회 우승기록도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에 앞서 조코비치는 “내 생애 가장 중요한 게임이다. 마지막 경기로 임할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으나 장강의 뒷물결에 허망하게 밀리고 말았다. 조코비치는 이날 2세트 게임스코어 2-1로 앞선 상황에서 메드베데프 서브게임 브레이크 기회를 몇 번 놓치자 분을 참지 못해 라켓을 바닥에 쳐부수는 행동까지 보여줘 경고받기도 했다.

라켓 부수는 조코비치
조코비치가 2세트 초반 브레이크 기회를 놓치자 라켓을 바닥에 치며 화풀이를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메드베데프의 리턴샷
메드베데프의 리턴샷. 뉴욕|UPI 연합뉴스

김영홍 방송 해설위원은 “메드베데프가 거미줄 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풋워크와 상체 유연성도 좋아 오늘 수비는 정말 대단하다. 세컨 서브도 위력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는 두번의 첫 서브가 있다”고 승인을 분석했다. 이날 승리로 메드베데프는 상대전적에서 조코비치와 5승4패를 기록했다.

이날 결승전은 1, 2번 시드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메드베데프는 1세트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으나 게임스코어 5-4 상황에서 자신의 주특기의 서브 에이스 한방을 네트에 꽂아 넣으며 6-4로 이겨 승기를 잡았다. 2세트에서도 브레이크에 성공해 게임스코어 5-3으로 앞선 뒤 5-4 자기 서브게임 상황을 이기며 다시 승리했다. 40-30에서 조코비치의 발리 실수가 나온 것이다.

메드베데프는 3세트에서도 스트로크 랠리 싸움에서 우위를 보이며 6-4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는 2시간15분 만에 끝났다. kkm100@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