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공정성 지키는 경주마 도핑검사…한국 기술은 세계적 수준
    • 입력2021-08-26 13:32
    • 수정2021-08-2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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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제공 | 한국마사회

[스포츠서울 | 박현진기자] ‘하루 종일 말 소변만 받는 직업’은 ‘진짜’였다.

최근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이색직업이 하나 등장해 화제가 됐다. 휘파람 소리로 말이 소변을 누도록 유도하며 시청자들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이 직업은 진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더 관심을 모았다. 이름도 생소한 ‘시료채취사’는 금지약물 검사인 도핑테스트를 위해 경주마의 소변샘플을 채취하는 직업이다.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소속인 시료채취사는 하루 평균 약 17두의 경주마 소변 샘플을 채취한다. 경주에서 1, 2, 3위를 차지한 경주마들은 경주 직후 의무적으로 도핑검사소로 이동해 시료채취에 응해야한다. 도핑검사소는 경주 전 후 채취한 소변과 혈액 샘플을 통해 약 700여 종의 금지약물을 검사한다. 검출된 약물의 종류와 고의성, 검출 횟수에 따라 경주마 관계자는 한국마사회로부터 과태료부터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형사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다. 경주마 이외에도 승용마, 소(청도소싸움)도 도핑검사소의 검사 대상이다.

‘도핑’(Dopping)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흥분제로 사용한 술인 ‘돕’(dop)에서 비롯된 용어로 흥분제를 포함한 각종 약물을 통해 신체 능력을 부당하게 향상하는 행위를 뜻한다. 흔히 도핑이라 하면 올림픽 등 대회에 출전하는 운동선수의 약물검사를 떠올린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도쿄 올림픽에서도 도핑은 뜨거운 감자였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과 4강을 앞둔 브라질 선수가 도핑 위반으로 적발돼 출전이 제외되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도핑의 흔적은 20세기 초에도 발견된다. 당시엔 도핑에 대한 제제가 없었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약물을 복용했다. 그러나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흥분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며 문제가 야기됐고 1968년부터 올림픽에 도핑검사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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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멈시큐리티’는 사우디컵 우승 후 도핑검사에 걸려 우승이 취소됐다.  제공 | 한국마사회
경주마 도핑의 역사는 운동선수의 도핑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다. 고대 그리스 시대엔 ‘말의 능력 향상을 위해 인육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고 로마시대에는 ‘경주마에게 벌꿀주를 먹인 사람은 십자가형에 처한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1900년대 초 까지는 경주마에게 마약을 암암리에 투여했다. 경주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경주마 마약투여는 결국 공정성 문제로 불거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11년 최초의 경주마 도핑검사가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됐다. 올림픽 도핑검사보다 57년이나 앞선 것이다.

화학자들은 경주마의 타액을 분석해 마약과 흥분제 등의 약물을 검출했고 이 방식은 곧 전 유럽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검출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도핑방법 또한 진화했다. 반복되는 약물악용에 대응하기 위해 1947년 미국에서 ‘국제경마화학자협회’(AORC)가 결성됐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26개국이 소속된 이 협회는 매년 100여명의 회원이 모여 새로운 경주마 도핑약물과 수법들을 연구해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6년 경주마 도핑검사를 시작했다. 한국마사회는 1997년 국제경마화학자협회(AORC) 주관 국제숙련도시험에 합격한 이후 올해까지 25년 연속 합격하며 도핑검사 기술의 공신력을 입증하고 있다. 연간 1만 건 이상의 국내 경주마 약물검사를 수행하는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마카오 경마장의 도핑검사도 대행했다. 도핑검사는 마카오 경마장이 경주마의 시료를 채취해 한국에 보내고 마사회가 이를 분석해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에서도 경주마 금지약물은 종종 검출된다. 그러나 양성 판정은 대부분은 고의적이지 않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우다. 말관리사가 복용하던 탈모약의 호르몬성분이 소변을 통해 경주마에게 전달된 경우, 검사받지 않은 새로운 사료를 먹이고 이상성분이 검출된 경우, 사람이 붙인 파스가 경주마에 묻어 검출된 경우 등 다양한 경로로 검출되곤 한다. 이렇듯 미미하고 간접적인 영향까지 검출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고의적 도핑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서도 경주마 도핑은 꾸준히 발전하며 공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2월 2000만 달러(한화 약 240억원)의 세계 최고상금이 걸린 ‘사우디컵’에서 경마계를 충격에 빠트린 도핑사건이 발생했다. 경주에서 우승하며 10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된 미국의 챔피언 경주마 ‘맥시멈 시큐리티’가 경주 후 도핑 테스트에서 신종 도핑약물을 투여한 사실이 적발돼 우승이 취소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경주마의 조교사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범행과 연루된 2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마사회 이용덕 도핑검사소장은 “경마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점점 더 교묘해지는 도핑기법을 따라잡기 위해 한국마사회는 국제협력을 통한 기술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전통적인 약물군, 금속, 호르몬, 대사조절제, 유전자요법 등 새로운 도핑 기법에 대한 대응방안도 선제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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