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패색 짙어지는 한국 더그아웃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 한국과 미국의 경기. 2-7로 지고 있는 8회말 한국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요코하마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요코하마=김용일기자] 13년 전과 같은 짜릿한 드라마는 없다. 결국 우승후보 일본과 미국을 넘어서지 못했다.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던 한국 야구가 준결승전 2경기를 내리 패하며 동메달 결정전에 임한다.

한국은 5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준결승전에서 2-7로 완패했다. 선발투수 이의리가 5이닝 2실점으로 자기 역할을 다했으나 타자들이 부진했고 불펜진도 고전했다. 좀처럼 타격 페이스를 찾지 못한 양의지, 황재균, 오재일을 나란히 라인업에서 제외했음에도 2득점에 그쳤다. 김혜성은 멀티히트를 날리고 수비에서도 자기 몫을 다했지만 타선 연결고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사실상 6회말 5실점과 함께 승기를 빼앗겼다. 한국은 6회부터 최원준을 올리며 불펜진을 가동했는데 대량실점했다. 6회말에만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허용하며 마운드가 무너졌다. 중간 등판을 강행한 선발투수 최원준과 원태인 모두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했다. 만루에서 등판한 조상우도 이날은 적시타를 맞고 고개숙였다. 힘과 힘의 대결에서 미국에 무릎 꿇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찬스는 7회초였다. 한국은 선두타자 박건우의 다음타자 오지환의 연속안타로 점수를 냈다. 김혜성의 내야안타로 1사 1, 2루가 됐는데 상위타선에서 찬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미국전처럼 왼손 강속구 투수 앤서니 고스에게 압도당했다. 박해민과 강백호가 내리 범타로 물러나 추가점에 실패했다.

결국 전력차가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특급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가 부족했고 타선의 힘도 약했다. 나름 최고 선수들을 모은 대표팀이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야수진 구성부터 균형이 잡히지 않아 늘 1루수와 2루수가 부족했다. 최주환이 올림픽에 앞서 부상으로 수비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도 악재였다.

그나마 젊은 선수들이 활약한 점은 희망이다. 이날 호투한 이의리와 6회말 실점없이 아웃카운트를 올린 김진욱은 신인 답지 않은 기량을 펼쳤다. 타선도 야수진에서 두 번째로 어린 이정후를 향한 의존도가 높았다. 올림픽 무대 모습만 보면 베테랑 오재일, 양의지, 황재균보다 이정후가 믿음직했다. 주장 김현수를 제외하면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친 베테랑 타자를 찾기 힘들었다.

이제 한국은 동메달을 놓고 오는 7일 정오 도미니카와 맞붙는다. 지난 도미니카전에서는 9회말 극적으로 3점을 뽑으며 대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당시보다 어려운 투수와 만날 전망이다. 도미니카는 과거 KBO리그에서 뛰었던 강속구 투수 앙헬 산체스를 선발 등판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을 상대한 개막전에서 활약한 왼손 크리스토퍼 메르세데스도 3일 휴식 후 등판할 수 있다.

즉 타자들이 150㎞대 강속구를 이겨내지 못하면 다시 어려운 경기를 할지도 모른다. 하루 휴식 후 경기지만 미국전을 통해 마운드 소모가 컸던 것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선발투수 원태인, 최원준, 박세웅이 모두 등판한 가운데 도미니카전 선발투수는 김민우가 유력하다. 총력전을 각오한 채 도미니카와 마지막 승부에 임해야 하는 한국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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