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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권기표(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4일 성남전에서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소중한 1승이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순연경기 성남FC전에서 1-0 신승했다. 승점 31이 된 포항은 순위를 5위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포항 입장에서는 소중한 1승이다. 포항은 후반기 시작 전 홍역을 치렀다. 주축 송민규(전북 현대)의 갑작스런 이적 때문이었다. 시즌 중에 팀 내 최다득점자가 떠난 자리를 바로 메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포항은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한 김호남과 김현성이 모두 부상으로 당분간 출전이 어렵다. 둘뿐 아니라 팀 내 부상자가 많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섰다가 크베시치, 팔라시오스, 오범석이 부상을 입었다. 큰 부상은 아니나, 무리하지 않겠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여기에 지난 대구FC전에서 후반 교체된 임상협도 햄스트링쪽에 부상을 안고 있어 성남전에 결장했다.

포항은 후반기 2경기를 1무1패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수원FC, 인천 유나이티드가 달라진 모습으로 상위권을 위협하고 있어, 포항도 파이널A 진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그럼에도 라인업에 어린 선수들을 대거 포진시키고 있다. 성남전 라인업을 봐도 2선 구성이 이석규~김진현~권기표였다. 최전방에도 보리스 타쉬 대신 이승모가 투입됐다.

결국 성남전을 통해 귀중한 승점 3을 따냈다. 일등공신 2명은 고영준과 권기표였다. 고영준의 경우, 피지컬이나 체력적인 면이 아직 90분을 소화할 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후반 ‘조커’로 활용하고 있다. 스피드와 드리블이 준수한 고영준은 후반에 들어가 상대 수비를 흔드는 구실을 해내고 있다. 공격 포인트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대구전에서는 승점 1을 따오는 동점골을 만들었고, 이날은 완벽한 크로스로 도움을 적립했다.

권기표는 더욱 극적이다. 2018시즌 입단한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사실상 없었다. K리그1 2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서울 이랜드, FC안양으로 2시즌 연속 임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기회를 기다렸다. ACL에서 저돌적인 돌파와 스피드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골 맛도 봤다. 그럼에도 권기표는 리그에서 활약이 간절했다. 송민규의 이적으로 인한 여파도 그를 뛰게 만들었다. 결국 3경기 만에 K리그 데뷔골을 쏘아올리며 포효했다. 득점 후 ‘다니엘 스터리지’ 세리머니를 하며 활짝 웃었다. ‘스틸야드에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싶다’던 권기표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고영준과 권기표가 자리를 잡고, 부상자들이 속속 복귀한다면 그만큼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없을 듯하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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