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현수, 오늘은 투런포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5회말 투런홈런을 친 한국 김현수가 홈을 밟고 있다. 요코하마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기적을 이루며 완전히 기세를 탔다. 지난 1일 도미니카전에서 9회말 대역전승을 거둔 강렬함을 고스란히 이어가며 단숨에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올림픽 야구 디펜딩 챔피언 한국이 2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한국은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전에서 11-1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을 상대로 연장 승부치기 혈전을 벌였던 것과 달리 이날은 타선 폭발을 앞세워 쉽게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오는 4일 미국과 일본 경기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시작부터 가벼웠다. 한국은 1회말 박해민과 강백호의 연속안타로 포문을 열고 이정후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2회말에는 오지환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5회초 만루 위기에 처하고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했으나 5회말 7점을 뽑아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만루에서 박해민의 2타점 2루타, 강백호의 2타점 적시타, 그리고 김현수의 2점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는 모든 경기가 접전이었다. 한국은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에서 10회말 연장 끝에 6-5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고 두 번째 경기인 미국전에서는 2-4로 석패했다. 조별 예선을 1승 1패로 마쳐 B조 2위가 됐다.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인 도미니카전도 9회말 끝내기 승리였다.

[올림픽] 2점 추가한 강백호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5회말 무사 2,3루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2타점 안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요코하마 | 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이스라엘전 대승으로 승리 외에 두 가지 소득을 얻었다. 고전했던 강백호와 오재일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해 바닥을 쳤던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특히 강백호는 무려 4안타 경기를 펼치며 KBO리그 타격왕이 올림픽 무대에 확실히 군림했음을 알렸다. 타격존이 넓고 정확도와 힘을 겸비한 강백호가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한국 타선도 한층 단단해졌다. 오재일도 3타수 2안타로 예열을 마쳤다.

[올림픽] 한국, 위기탈출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5회초 2사 만루의 위기를 넘긴 투수 조상우가 기뻐하고 있다. 요코하마 | 연합뉴스

7이닝 경기로 불펜 필승조를 아낀 것은 두 번째 소득이다. 필승조 3인방 오승환, 조상우, 고우석 중 조상우만 마운드에 올랐다. 조상우는 최대위기였던 5회초 만루에서 등판해 추가 실점을 피하며 한국을 구원했다. 조상우가 위기를 극복하고 타자들이 빅이닝을 만들면서 오승환과 고우석이 나란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오승환과 고우석 모두 이틀을 쉬고 준결승전을 준비한다. 오는 4일 준결승전에서 승리하면 연투없이 오는 7일 결승전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이자 일일연속극이다. 매 이닝, 매 경기 과정이 결과가 된다. 지난 1일 도미니카전 8회까지는 눈앞이 캄캄했다. 3점차로 끌려간 채 정규이닝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그러나 오승환이 9회초 무사 3루에서 실점하지 않았고 9회말 이정후와 김현수가 기적을 완성했다.

13년 전 베이징 올림픽도 그랬다. 당시 9전 9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끝내기 승리와 연장 승부치기 승리, 경기 후반 극적으로 역전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팀이 더 단잔해졌고 준결승전에서 최정예 전력을 내세운 일본, 결승에서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격파했다.

[올림픽] 한국, 이스라엘에 콜드게임 승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가 한국의 11대1 콜드게임 승리로 끝났다. 요코하마 | 연합뉴스

중심 타자들이 살아났고 불펜 필승조는 꾸준히 호투하고 있다. 홈런을 허용했던 선발투수들도 이날 김민우의 호투를 발판삼아 반전을 예고한다. 지난 4경기를 통해 더 강해진 한국야구가 이번 올림픽에서도 전설을 만들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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