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결승전 1세트 승리
지난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장민희, 강채영, 안산이 1세트에 승리한 뒤 파이팅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언니 바람 안 불어요. 정조준하세요.”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태극궁사의 팀 워크’는 끈끈했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이 열린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은 오전 비가 오락가락 내렸고, 바람도 불어왔다. 전날 남자 개인전이 열릴 때도 태풍 영향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바람이 불어온 탓에 ‘맏형’ 오진혁이 32강에서 탈락하는 등 변수가 발생했다.

여자 선수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때마침 가장 먼저 16강전에 나선 안산이 양궁장에 들어서려던 순간 비가 조금 내렸다. 바람은 강하지 않았으나 방향 자체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안산이 활 시위를 당기려고 했을 땐 비바람이 거의 줄어들었다. 안산은 하야카와 렌(일본)과 16강전에서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 ‘올 텐’을 쏘는 등 반전하며 웃었다. 경기 직후 그는 “화살에 비가 맞으면 처지게 된다. 처음에 조준기를 내려서 들어갔는데 비가 오지 않아서 (나중에) 다시 올렸다”고 말했다.

[올림픽] 안산, 8강행
안산. 도쿄 | 연합뉴스

안산은 26분 뒤 16강전을 치른 주장 강채영에게 앞서 이 상황을 재빠르게 전달했다. 강채영은 “(안)산이가 먼저 경기를 한 뒤 내게 ‘바람이 안 분다’면서 ‘정조준해서 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16강전에서 터키의 야세민 에젬 아나괴즈를 맞아 첫발부터 10점을 쏘며 6-2로 제압했다.

이날 강채영은 8강에서 탈락한 뒤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막내 안산이 경기에 집중하도록 티를 내지 않았다. 게다가 안산은 개인전에 앞서 ‘짧은 머리, 페미니스트’같은 예기치 않은 논란이 불거져 뒤숭숭했다. 강채영은 이 얘기에 “(안)산이가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우리도 별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을 딸 때 경쾌하고 안정적인 슈팅도 일품이었으나 서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파이팅’을 불어넣는 팀워크가 돋보였다. 강채영은 당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서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자고 얘기했다”며 팀원 간 심리적 안정을 불어 넣었다고 강조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막내 안산도 “일부러 긴장을 풀려고 나부터 웃고 그랬다”면서 팀을 위한 퍼포먼스에도 신경 쓰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가 ‘집안 싸움’으로 불린 개인전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면서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 네 번째 금메달(혼성전·남녀 단체전·여자 개인전)을 품었다.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 등 남자 선수들은 이날 여자 개인전에서도 관중석을 지키며 힘을 불어넣었다. 이제 남은 건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남자 개인전. 김우진 홀로 16강에 오른 가운데 남녀 양궁 대표가 다시 하나로 어우러져 전 종목 석권을 달성하는 ‘금빛 명중’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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