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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에 출격하는 여자 복싱 간판 오연지. 김용일기자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한국 여자 복싱의 ‘자존심’ 오연지(31·울산광역시청)가 열 살 많은 전직 세계랭킹 1위 ‘불혹의 복서’ 미라 포트코넨(40·핀란드)을 상대한다.

오연지는 30일 일본 도쿄 료고쿠 국기관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복싱 여자 라이트급 16강전에서 포트코넨을 상대한다.

여자복싱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2016년 리우 대회까지 한국 선수 중 올림픽 무대를 밟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오연지와 임애지(페더급)가 지난해 3월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올림픽 복싱 아시아·오세아니라 지역 예선에서 사상 첫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더구나 남자 선수가 전원 탈락한 가운데 오연지와 임애지는 한국 복싱을 대표해서 도쿄땅을 밟았다.

안타깝게도 임애지는 지난 26일 페더급 16강전에서 호주의 스키에 니콜슨에게 져 탈락했다. 이제 오연지만 남았다.

오연지는 국내에 적수가 없는 라이트급 1인자다. 2019년까지 전국체육대회 9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한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예선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눈물을 흘려야 했던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나 비상했다. 2015년과 2017년 아시아복싱연맹(ASB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2연패를 달성했다. 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선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아시아를 정복한 그는 그해 11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동메달을 획득, 어려운 여자 복싱 환경에도 선구자 구실을 하며 ‘복싱판 김연아’ 수식어가 따랐다.

현란한 스텝으로 수비에 능하고 받아치는 타격이 일품인 ‘아웃복서’인 올림픽을 앞두고 기본기를 다지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한순철 코치와 캐나다 여자복싱 대표 출신인 아리안 포틴 코치와 함께 부분 전술을 가다듬었다.

미라 포트코넨
출처 | 포트코넨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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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라 포트코넨 인스타그램 캡처

물론 첫 상대가 만만치 않다. 포트코넨은 핀란드 여자 복싱의 리빙 레전드다. 2016년 국제복싱협회(AIBA) 세계선수권과 리우올림픽 60㎏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때 AIBA 랭킹 1위를 찍었을 정도로 관록을 지닌 강자다. 다만 다수 복싱 전문가들은 “포트코넨이 뛰어난 선수인 건 맞지만 1980년생, 한국 나이로 마흔 두 살이다. 오연지가 긴장하지 않고 특유의 스텝으로 포트코넨을 몰아붙이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려 요소는 실전 감각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태권도 등 여러 효자 종목 모두 실전 경험 부족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복싱도 지난 2년여 코로나19 여파로 국제대회를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여자 선수들은 고등학생 선수를 스파링 파트너로 훈련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처했다. 반면 타 대륙 선수들은 여러 실전 대회에 참가하면서 경기 감각을 익혔다.

즉 오연지는 올림픽 본선에서 실전 감각을 찾아야 하는 불리한 상황. 강한 정신력으로 포트코넨을 넘어서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면 그만큼 메달을 향한 꿈에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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