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성화
23일 밤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가 불타오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스포츠서울|김경무전문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과거 한번도 보지 못했던 ‘비정상적인’ 개막식(The Opening ceremony)이었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한 인류 평화’를 강조한 올림픽 정신과 이상은 다시 숭고하게 빛났다.

23일 밤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4시간 남짓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IOC 난민(Refugee)올림픽팀과 205개 나라가 선수촌 아래 드디어 모였다. 이게 스포츠의 힘”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선수들의 올림픽 여정은 험난했다. 당신들은 고군분투하고 인내했다. 여러분은 진정한 올림픽 선수”라며 역경을 뚫고 도쿄에 집결한 주인공들을 치하했다.

IOC는 개막식을 앞두고 지난 20일 총회를 통해 100년 넘게 내걸어온 ‘올림픽 모토’ 세가지에 한가지를 추가했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Faster, Higher, Stronger)에 ‘다 함께’(Together)를 집어넣은 것이다. 코로나-19 만연으로 지구인들이 고통받고 있는 이 시기에 지구촌의 ‘연대’를 더욱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오사카 나오미 성화 점화
일본 여자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최종 주자로 성화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바흐 위원장은 또 “우리는 올림픽 공동체(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우리가 배운 교훈은 인류가 더 결속(Solidarity)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6 리우올림픽 이후 5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된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평소 듣도 보도 못한 나라까지 일일이 자국기를 앞세워 입장하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고, 지구촌 사람들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하시모토 세이코 2020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올림픽기 아래 각국 선수단이 모여 올림픽과 함께 휴전 결의 기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대 올림픽 때, 그리스 도시국가간의 전쟁을 멈추게 한 이른바 ‘올림픽 정전’(Olympic Truce)을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은, 성소수자 163명의 선수들이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성평등(Gender equality)이 새삼 강조된 올림픽이며, 가난과 굶주림, 내전에 시달리는 난민 국가 선수들이 ‘IOC 난민촌 올림픽팀’이라는 이름 아래 소중한 올림픽 출전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2020 도쿄올림픽은 여러가지 악재로 취소될 위기를 맞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일본 여자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의 성화 점화로 마침내 열전의 시작을 알렸다. 이제 선수들은 24일부터 본격적으로 저마다 자신과 조국의 명예를 걸고 8월8일까지 메달 레이스에 돌입하게 됐다.

코로나-19 감염의 위기를 뚫고 도쿄에 결집한 각국 선수들이 인류 최대의 스포츠 제전에서 페어플레이와 올림픽 정신으로 무장해 명승부를 연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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