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이 과거 2007~20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결장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17일 방송된 KBS2 ‘대화의 희열3’에서는 축구 인생 일대의 영광스러운 자리를 앞두고 뜻을 펼치지 못한 박지성의 솔직한 심경이 담겼다.

현역 시절 ‘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었던 박지성은 2007~20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챔스)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는 챔스 4강전에서 상대 주요 선수였던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를 꽁꽁 묶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 때문에 그는 당연히 결승전에도 나설 주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결승전 당일 출전 엔트리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박지성은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챔스 결승 당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나를 불렀다. 느낌이 싸했다. ‘아 설마 나인가?’라고 생각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퍼거슨 감독이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충격이 컸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오늘 경기 안 나가는 건 맞는데, 벤치에 있는다는 건지 엔트리에 안 들어가는 건지도 모르겠더라. 너무 충격이 컸다. 일단 준비는 했는데, (경기장 라커룸에 들어가니) 원래 유니폼이 걸려 있는데, (내) 유니폼이 없더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결국 엔트리에 들지 못한 박지성은 “결승이니까 부모님도 다 오시고, 한국에서도 얼마나 사람들이 기다리는지도 아니까, ‘이거 어떡하지’ 싶더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도 결승전에 뛰지 못한 이유는 있었다. 박지성은 당시 퍼거슨 감독이 자신에게 설명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때 오언 하그리브스가 선발 출전했다.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챔스 결승을 경험했다. 나랑 비슷한 나이인데, 이미 어린 나이에 경험했다. 경험 있는 선수였기에 하그리브스가 선발 출전하다더라”고 말했다.

이유를 들은 박지성의 당시 감정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그는 “‘아, 내가 결승에 못 뛰어봐서…. 그런데 벤치에도 안 넣다니’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께도 ‘오늘 경기 못 뜁니다’라고 했다. 아무 말씀 못 하시더라. 결국 경기를 부모님과 관중석에서 봤다. 전반전은 어떻게 봤는지도 모른다. 팀을 응원해야 되는 건가 싶더라. 퍼거슨 감독 욕도 하고 그랬다. 후반전이 돼서 조금 정신 차리고 ‘그래도 이겨야지, 나 빠졌어도 이겨야지.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생각했다. ‘내가 부족했으니까 더 잘했어야 하는데…. 그럼 뛰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박지성 없이 경기를 치른 맨유는 결국 상대였던 첼시(영국)와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박지성은 “팀이 이겼을 땐 기뻐했다”면서도 “온 마음으로 기뻐하진 못했다”라고 고백했다.

purin@sportsseoul.com

사진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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