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1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학범슨’은 장고 끝에 오랫동안 함께했던 제자들을 제외시켰다. 냉정하게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16일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2차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16일까지 제주에서 훈련한 30명 중 21명이 선택을 받았다. 바꿔 말하면 9명이나 탈락했다.

탈락한 멤버들 중에는 김학범호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오세훈과 조규성이 모두 빠졌고, 유럽파 이승우, 전북 현대로 돌아온 백승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였던 이승모 등이 빠졌다. 맹성웅과 이수빈, 김태환, 윤종규 등 김 감독과 오랜 기간 호흡한 이들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이 지난 2~3년간 꾸준히 올림픽을 준비했던 멤버들이지만 컨디션과 경기력, 경쟁력 등에 따라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둘 중 한 명을 승선할 것으로 예상됐던 오세훈과 조규성의 동반 탈락은 큰 충격을 안겼다. 두 선수 모두 챔피언십 우승의 주역이었지만 최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커트라인을 넘지 못했다. 마침 황의조의 소속팀 지롱댕 보르도와 와일드카드 선발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김 감독은 두 선수를 모두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

김 감독 입장에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김 감독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포지션 별로 안배를 해야 하는데 다들 오랜 기간 함께했던 선수들이라 미안한 마음도 컸던 것으로 안다. 그만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고민한 시간도 길었다. 김 감독은 원래 16일 오후 2시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돌연 대한축구협회에 발표 시간 연기를 요청했다. 선수 한 명을 놓고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15일 가나전 이후 새벽까지 코칭스태프와 미팅을 진행해 명단을 결정했는데 장고 끝에 제대로 기량을 확인하지 못한 선수를 선발하기로 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김 감독은 각각 A대표팀 일정, 부상으로 인해 제주 훈련에 오지 못한 송민규, 김대원을 호출했다. 두 선수에게도 최종 기회는 줘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다.

총 23명이 22일부터 30일까지 훈련한 후 최종명단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선 와일드카드를 포함해 단 18명만 생존한다. 23명 중 8명은 빠진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더 깊은 고민과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30명에서 23명만 남겨놓은 것보다 훨씬 어려운 선택이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