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런 표정의 차우찬
LG 차우찬.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대표팀 마운드 구성이 만만치 않은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동안 든든히 마운드를 지켜온 김광현과 양현종이 태평양을 건넜고 이는 고스란히 좌투수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긴 시간을 재활하고 이제 겨우 마운드에 오른 투수를 대체자로 낙점하는 것은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LG 베테랑 좌투수 차우찬(34)에 대한 얘기다.

그야말로 대반전이다. 4월까지만 해도 복귀를 장담할 수 없었는데 극적으로 어깨가 회복되면서 복귀가 성사됐다. 지난 6일 광주 KIA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복귀전부터 선발승을 거뒀고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5이닝 2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정교한 제구력과 볼배합을 앞세워 마운드를 지켰던 모습을 재현하며 소속팀 LG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차우찬의 대표팀 승선을 신중히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리그 전체적으로 좌투수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만큼 대표팀 경험이 많은 차우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차우찬은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2019 프리미어12까지 다섯 차례 대표팀에 선발된 바 있다. 대표팀에서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는 마당쇠 구실을 했고 두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와 구단은 대표팀 선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반대 의견은 특히 그렇다. 분명한 점은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차우찬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신중히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자칫하면 올림픽 무대가 간신히 돌아온 선수의 생명을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차우찬은 어깨 부상 후 수술과 재활의 기로에서 재활을 선택했다. 수술시 회복과 재활까지 2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활을 통해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LG 류지현 감독은 “4월에 이천에 갔을 때까지만 해도 힘든 게 아닌가 싶었다. 그정도로 차우찬의 표정도 좋지 않았고 보고서 내용도 긍정적이지 않았다”며 “본인 스스로 어떻게든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이천에서 매일 밤 혼자서 네트스로우를 몇 박스씩 했다더라. 그러면서 놀랍게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LG는 차우찬을 선발투수로 기용하면서 투구수를 제한하고 있다. 연투가 불가피한 중간투수 기용은 일찌감치 불가능 판정을 내렸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대 6경기를 치르는 올림픽 무대에서 중간투수 차우찬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위험하다. 차우찬은 KBO리그에서는 2019년 10월, 대표팀 투수로도 2019년 프리미어12 이후에는 중간투수 등판 경험이 전무하다.

올림픽 6경기 중 한 두 경기 선발투수로 나서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전처럼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만능키 역할은 여러모로 무리다. 대표팀은 선수 선발에 앞서 선수의 상태를 명확히 진단하고 마운드를 구성해야 한다.

류 감독은 “대표팀 구성은 소속팀 생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대표팀 결정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차우찬은 1년 재활을 한 후 돌아왔다. 이에 대해 고민하시지 않을까 싶다. 내가 대표팀 코치를 할 때도 소속팀 트레이너들과 선수들 컨디션을 체크했다. 이러한 절차가 분명히 있을 것이며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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