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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 굄광현은 올 8경기에 등판해 아직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AFP연합뉴스

[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투수 김광현은 지난달 3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5이닝 9안타 4실점으로 3경기 연속 패배를 기록했다. 경기 후 카디널스 출입기자의 “긴 이닝을 던지려면 투구수를 줄이는 타자 헛스윙 유도를 해야되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발끈했다.

김광현은 “당연한 얘기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헛스윙과 한 경기 최소 삼진 지적에 “굳이 거기까지 신경쓰지 않겠다. 타자를 잡는데 집중하겠다”고 다소 짜증섞인 답을 했다. 여기서 메이저리그 출입기자와 KBO리그에서 건너온 한국 투수의 삼진관이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KBO리그에서는 가끔 해설자들이 “맞혀 잡는 것도 투수의 요령이다”는 말을 한다. 야구팬들도 관중석에서 도망가는 피칭을 보게 되면 “맞혀 잡아, 맞혀 잡아!”라며 큰소리로 홈팀 투수를 응원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틀린 말이다. 삼진을 잡아야 한다. 1번~9번까지 모두 홈런을 칠 수 있는 라인업이다. 심지어 투수까지 대형 홈런을 쳐낸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다저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와 인터리그 때 투수 CC 사바시아에게 대형 홈런을 허용한 적이 있다. 삼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MLB는 투수 기록을 제시할 때 승패, 투구이닝, 삼진, 삼진:볼넷, WHIP 순으로 팬들에게 도움을 준다. 선발투수의 기록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잣대는 투구이닝과 삼진이다. 투구이닝이 길면 승패와 관계없이 호투를 했다는 반증이다. 삼진은 파워피칭과 위기를 K로 돌파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기록에 익숙한 카디널스 출입기자는 당연히 올시즌 6이닝을 던지지 못하고 있는 김광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올해 8경기 등판에서 지난달 2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5.2이닝이 최다다.

김광현은 특히 애리조나전에서 데뷔 후 최소 삼진 1개를 낚았다. 타자의 헛스윙이 고작 5차례에 불과했다. 구종마다 위력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다. 그렇다고 ‘맞혀 잡는식’의 피칭으로 실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4실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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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등판 경기 가운데 가장 긴 이닝을 던졌던 5월2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4회 2사 1,2루 위기 때 레이오리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격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AFP연합뉴스

같은 날 등판한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발 루카스 지오리토는 6회 1-1 동점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실점 위기에 몰린다.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를 자초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중심 타선과 맞물렸다. 지오리토는 클린업히터 앤서니 샌탄더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이어 5번 타자 마이켈 프랑코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위기를 넘겼다. 지오리토는 7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았다. 볼티모어 타자들은 28차례나 지오리토의 볼에 헛스윙을 했다.

삼진은 투수 최고의 무기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투수의 마지막 병기다. 삼진과 헛스윙을 가볍게 봐서는 안될 일이다. 투수 3관왕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이다. KBO리그는 초창기에 투수 3관왕을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로 시상한 적이 있다. 구원왕이 다승왕에도 올랐다. 블로운세이브를 기록하고도 구원승을 챙기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기록의 왜곡 현상이다. 그런 야구를 접하다보니 ‘꿩잡는 게 매’라는 식의 다승에 집착한다. 현대 야구는 타자들의 힘이 예전보다 훨씬 스피드하고 강하다. 선발 6이닝 3실점을 퀄리티스타트로 높이 평가하는 배경이다. 7이닝, 8이닝 3실점 이하는 슈퍼 퀄리티스타트로 훨씬 높은 점수를 준다.

김광현이 다음 등판에 헛스윙과 몇개의 삼진을 낚을지, 그것이 궁금하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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