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2위인 LG 류지현 감독이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삼성의 경기에서 선두 삼성에 4-3으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1. 5. 14.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외국인 원투펀치가 나란히 출격한 경기에서 연패를 당한 만큼 위기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역시 야구는 마냥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령탑 또한 기대보다 근심이 컸으나 반전을 이루며 다시 정상 경쟁에 임한다. LG 류지현 감독이 지난주를 돌아보며 선수단 전체에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내심 5할 승률 붕괴까지 우려했다. 11일 케이시 켈리, 12일 앤드류 수아레즈가 선발 등판했는데 둘 다 고개 숙인 채 등판을 마쳤다. 지난 9일 한화와 더블헤더 2차전부터 12일 KIA전까지 3연패를 당하며 선두권과 멀어지는 듯 싶었다. 엎친데 덮친겪으로 13일 KIA 에이스 애런 브룩스, 14일 삼성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승부를 앞두고 있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하지만 LG는 외국인 에이스를 넘어섰다. 브룩스를 상대로 1회부터 3점을 뽑아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뷰캐넌에게도 3점을 올렸다. 선발투수로 각각 이상영, 정찬헌을 내세웠는데 이상영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쳐 반등 시작점이 찍혔다. 13일 이상영부터 14일 정찬헌, 그리고 15일 이민호까지 LG 토종 선발투수 3명이 3경기에서 16.1이닝 3자책점, 평균자책점 1.65를 합작하며 3연승 발판을 마련했다.

류지현 감독 역시 토종 투수들의 활약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류 감독은 우천취소된 16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목요일 이상영이 등판한 경기는 우리에게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 한 경기가 삼성과 주말 시리즈로도 연결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외국인투수가 나온 경기에서 지면서 나 또한 걱정이 컸다. 정말 힘든 순간과 마주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며 “그런데 이상영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이상영은 다음 등판에서도 좋은 기운을 이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찍 교체했다. 그리고 타자들도 경기 전에 모여서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감독으로서 투수와 타자들 모두에게 참 고맙다”고 밝혔다.

시즌 전 LG 최대 불안요소는 토종 선발진이었다. 선발로서 투구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시범경기 기간까지도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투수가 많았다. 사실상 토종 선발진을 확정짓지 못한 채 개막을 맞이했다. 그런데 토종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계획대로 시즌을 준비한 정찬헌이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시범경기 기간 허리 통증으로 한 차례 이탈했던 이민호도 막강한 구위를 앞세워 최근 2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여기에 5선발 후보였던 이상영까지 성장 곡선을 그린다.

LG 선발투수 정찬헌이 지난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삼성전 5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삼성 구자욱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2루수 정주현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류 감독은 “사실 민호에 대한 걱정이 좀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민호는 선발 등판 후 다음날에는 통증이 심해서 제대로 러닝을 못했다. 거의 조깅하듯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선발 등판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 당시 민호는 열흘 휴식 후 등판할 수밖에 없는 몸상태였다”며 “하지만 올해는 정말 좋아졌다. 아직까지 트레이닝 파트에서 별도의 보고도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나설 수 있는 몸상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류 감독은 “민호도 그렇고 찬헌이도 그렇고 겨울에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게 보인다. 둘 다 작년 12월에 올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등판한다고 했다. 다짐한 만큼 겨울 훈련을 잘 한 것이다. 우리 두 선발투수에게 정말 고맙다”고 선수들을 향해 재차 고마움을 전했다.

LG 이민호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한화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1. 5. 9.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러면서 류 감독은 다른 선수들을 향한 믿음도 드러냈다. 험난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로베르토 라모스에 대해 “지금까지 부진한 것은 맞다. 그래도 훈련을 자청했고 훈련도 정말 열심히 한다”면서 “4월보다는 밸런스가 좋아지는 단계로 보고 있다. 훈런 때 타구도 4월보다는 확실히 좋다. 라모스를 더 끌어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지난 13일 KIA전, 그리고 15일 삼성전에서 라모스를 각각 6번과 7번 타순에 배치했다. 라모스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아니지만 라모스로 하여금 부담부터 내려놓게 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라모스는 2경기에서 총합 9타수 3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역시 야구는 마냥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도 위기마다 류 감독과 코치들이 설정한 방향이 선수들이 톱니바퀴를 이룬다. 우려했던 토종 선발진이 무리없이 돌아가는 게 특히 고무적이다. 이번주 LG는 켈리와 수아레즈가 두 차례씩 선발 등판한다. 원투펀치가 지난주 부진을 설욕하면 험난한 7연전 일정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라모스 반등까지 이뤄진다면 LG는 정상을 두고 경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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