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사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가 지난 15일 광주FC와 홈경기에서 후반 헤딩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오랜만에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러 오니까 기쁘다.”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난 것처럼 무고사(29·몬테네그로)는 개운한 표정으로 웃었다. ‘파검의 피니셔’ 무고사가 마침내 시즌 첫 골을 쏘아 올렸다. 그는 지난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끝난 K리그1 16라운드 광주FC와 홈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3분 장대비 속에서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최근 질 좋은 크로스를 뽐내는 강윤구, 오재석 두 측면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날 무고사, 김현 투톱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전반 김현이 뜻밖에 부상으로 물러나면서 무고사의 어깨가 무거웠다. 그럼에도 그는 후반 초반 강윤구의 왼쪽 크로스를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절묘하게 머리로 돌려 시즌 마수걸이 포를 해냈다. 또 김현 대신 투입된 송시우의 후반 44분 극적인 역전골에도 이바지했다. 무고사는 2선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송시우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넣었다. 광주 수비가 걷어내려다가 실수를 저질렀고, 송시우가 낚아채 왼발로 마무리했다. 모처럼 무고사의 득점포와 ‘시우타임’ 송시우의 한 방이 동시에 터지며 ‘인천 극장’이 완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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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가 지난 15일 광주FC와 홈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역전골을 넣은 송시우와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모처럼 골 맛을 본 무고사는 거센 빗줄기와 함께 마음의 짐을 씻은 기분이다. 그는 올 초 동계전지훈련 기간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조국 몬테네그로를 다녀왔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 부친상을 당하면서 마음의 고통은 컸다. 그러다가 지난달 21일 성남FC전에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무고사의 회복이 곧 팀의 경쟁력임을 인지하고 지난 8일 대구FC전부터 이날 광주전까지 3연속 선발로 내세웠다. 조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무고사가 이른 시간에 득점을 만들어내면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경기할 텐데…”라며 최대한 기회를 주겠다고 언급했다.

보란 듯이 무고사는 감독의 믿음에 보은이라도 하듯 호쾌한 헤딩 득점으로 홈 팬을 열광하게 했다. 시즌 5경기 만에 첫 골이었다. 그는 “(코로나19) 병원에서 한 달 이상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버지 일도 있었고, 다른 가족도 코로나19에 감염이 돼 많이 아팠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단의 모든 사람, 팬이 나를 믿어줬다. 다시 합류해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골을 넣고 이기게 돼 기쁘다”고 웃었다.

무고사는 “K리그는 매우 강한 리그다. 오랜 기간 뛰지 않았기에 다시 적응하는 데 힘이 들더라”며 “현재 내 컨디션은 80~90%다. 100%에 도달하려고 그라운드에서 더 노력 중이다. (A매치 휴식기 전) 수원FC, 전북 현대와 남은 2경기에서 확실하게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은 이날 2-1 역전승하며 승점 18(5승3무8패)을 기록, 7위로 올라섰다. 반면 광주는 리그 4연패 늪에 빠지면서 승점 13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주력 공격수 엄원상이 전반 23분 선제골을 기록하며 부상에서 돌아온 뒤 모처럼 골 맛을 봤으나 빛이 바랬다. 특히 지난 수원FC전(1-2 패)에 이어 후반 종료 5분여를 남겨두고 또다시 결승골을 허용,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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