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전 조선대학교총장
전 조선대학교총장 강동완

[광주=스포츠서울 조광태 기자] 실존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1949년 출간한 <역사의 기원과 목표>에서 BC 700전부터 인도에서 우파니샤드와 고타마 싯다르타, 동아시아에서 노자와 공자,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이스라엘에서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가 같은 위대한 스승이 탄생하여 인류의 정신적 기원을 열었기에 ‘축의 시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에게도 위대한 철학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는 고조선문명의 홍익정신과 동학혁명의 인내천 정신이다.

하늘이 곧 인간이기에 널리 이롭게 하라는 정신은 실로 위대한 정신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기에 사람이 하늘이기에 어떠한 폭력을 가해서는 안 되고 나 자신을 사랑하듯이 사랑해야 할 또 다른 나 자신이다.

무엇보다 하늘이 나와 하나이듯이 나의 몸과 마음도 하나이다.

꿈은 몸과 마음이다.

모 초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제자에게 “네 꿈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 학생은 “00대학교에 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네 가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내면의 잠재력과 무한 가능성을 살피기보다는 청소년들의 꿈조차도 성적으로 모두 평가해 “너는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단정해 버린다.

사실 성적으로 이뤄진 학벌과 서열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숨죽이며 살아가는 슬픈 사연이 비일비재하기에 이것은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고 자신의 자존감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성장해 간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피하는 것보다는 도전하고 경험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대학을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2007년 총장선거에 출마했다.

출마했을 때 청소년들이 늘 듣는 것처럼 ‘네 가야’라는 분위기와 “진흙탕에 빠지지 마라”는 충고를 듣기도 했다.

나의 꿈과 뜻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 번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서 이뤄가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을 안으면서 나는 성장하였고 세상과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게 됐다.

그것은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실패가 있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도전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학벌과 경제 만이 아닌 사회적 희망을 만드는 가치와 헌신성으로 응원하는 공동체 사회’를 이뤄가는 데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은 많은 울림을 준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중략 ”

인생이란 만나는 것이고 만남은 관계 지어 가는 것이다.

행복이란 관계 속에서 익어가고 열리는 꽃과 같은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사람의 역사를 만나는 것이다.

우리의 인내천 철학 속에 사람은 하늘이기에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하늘과 같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다.

스승의 날!

나를 치과대학 1회로 입학해 교수가 되도록 용기를 복돋고 인생의 문을 열어주신 스승님을 그리워한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이셨던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전 자신의 몸을 모교의 의학과 1학년 학생들의 해부학 실습을 위해 기증하도록 유언하신 분이다.

작고 후 1년이 지난 후 의과대학 시신 기증자 합동 추모식에 참석하면서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의 육신이 의학발전을 위해 학생들의 해부 실습대에 누워계셨음을 생각하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늘과 같은 마음으로 제자의 성장을 응원하셨다.

나는 오늘 은사님의 헌신을 그리며 제자들에게 얼마나 헌신적이었는가를 자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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