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
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8일 파주NFC에서 2020 도쿄올림픽 본선 대비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대통령께서도 최대한 지원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해외팀과 평가전을 추진한 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의 바람은 공염불에 그칠 것인가.

김학범 감독과 코치진,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36명 선수(해외파 제외)는 지난 6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일부가 발열 등 가벼운 몸살 증세를 보인 것 외엔 특별한 부작용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올림픽 본선을 향한 담금질에 나설 태세다.

현재 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KFA)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건 올림픽 본선을 한 달여 앞둔 6월 국내에서 해외팀과 평가전 성사다. 김 감독은 지난해 1월 아시아 U-23 챔피언십 우승 이후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리며 실전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했다. 그 사이 올림픽도 1년 연기돼 열리는 만큼 최종 엔트리 구상은 사실상 원점이 됐다. 그는 6월30일 최종 엔트리 18명 제출을 앞두고 26명을 소집, 국내에서 평가전을 통해 최종 옥석 가리기에 나설 뜻을 밝혔다. 6월 A매치 주간(5월31일~6월15일)에 제주에서 소집 훈련을 하면서 해외팀을 초청해 실전 경기를 치르겠다는 게 현재 플랜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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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3월22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진행된 소집훈련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문제는 해외팀과 평가전을 치르려면 입국하는 팀에 대한 자가 격리 면제 등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김 감독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올림픽팀을 최대한 지원하라고 했다. 정부가 도움을 줬으면 한다. 6월에 평가전을 못 하면 7월 (올림픽 본선)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간절하게 말한 이유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5월 중순이 다 돼 가지만 평가전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등 관계 당국은 이렇다 할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KFA 관계자는 12일 “문체부와 지속해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KFA는 지난달 초 여자축구 대표팀이 중국과 홈, 원정을 오가며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른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양국은 국가 간 경기를 고려해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자가 격리를 면제해줬다. 이밖에 타 대륙에서도 유사한 프로세스를 통해 국가 대항전이 정상적으로 열리는 것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김학범호’에 대해 정부에서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건 올림픽에 나서는 타 종목과 형평성 때문이다. 체육계 한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은 축구 뿐 아니라 여러 종목 선수가 출전하는 만큼 축구만 해외 팀의 자가 격리를 면제해주고 국내 평가전을 치르도록 해주는 것에 방역 당국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 또다른 관계자는 “타 종목은 대표 선수끼리 오랜 기간 선수촌 생활하면서 해외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와 비교해서 축구는 선수 소집부터 난항을 겪지 않느냐”며 “6월 평가전이 어찌 보면 마지막 기회인데 실전 감각을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정부에서) 배려를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 해외팀 격리 면제를 승인하지 않아 플랜A가 무산될 경우 ‘김학범호’는 플랜B로 돌아서야 한다. 현재로서는 해외 원정 또는 K리그 팀과 평가전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우선 해외 원정 이후 자가 격리를 면제받으려면 2차 접종을 한 뒤 2주가 지나서 가능한 데, 올림픽팀은 27일 2차 접종 예정이다. 즉 6월 중순이 돼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시간이 촉박하다. 또 K리그도 애초 A매치 기간엔 휴식기에 돌입하는 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여러 팀 경기가 미뤄졌다. 미뤄진 경기가 A매치 기간에 열릴 것으로 보여 상대 팀을 물색하는 게 간단하지 않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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