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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정훈이 지난 9일 광주 두산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전체 94순위 대졸 포수. KIA의 새로운 4번타자 중책을 맡고 있는 이정훈(27)은 2017년 지명당시 100명 중 94번째로 이름이 불렸다. 대학리그에서 준수한 선구안과 파워, 강한 어깨 등을 눈여겨본 KIA 스카우트가 거포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지명권을 행사했다.

입단 5년만에 4번타자로 선발출장한 날 3안타를 때려내더니 다음날에는 홈런 포함 3타점에 볼넷 두 개를 골라 100% 출루하며 이름을 알렸다. 순한 인상에 건장한 체격(185㎝/90㎏)을 가진 젊은 거포 등장에 KIA 팬이 반색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안방에서 두산을 만나 8타수 1안타로 타격감이 뚝 떨어지더니 지난 11일 광주 LG전에서도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확실하게 반등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호쾌한 스윙이 어딘지 모르게 소극적으로 바뀐 게 눈에 띄었다. 공을 때린다는 느낌보다 맞히는 인상은 차갑게 식은 타격감 탓에 더 도드라져 보인다. 이정훈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이자, 껍질을 깨야만 하는 현실과 마주한 인상이다. 당장 주전을 위협할만 한 타격 페이스를 이어가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프로 1군 무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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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정훈(오른쪽)이 롯데와 시범경기에 포수로 출장해 주자를 태그하고 있다. 제공=KIA타이거즈

이정훈의 지향점은 그래서 더 명확하다. 군복무 이후 부상 등으로 1군 출장 기회가 눈에 띄게 줄었는데, 어쨌든 1군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4번타자 최형우가 망막 이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고, 나지완이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라 급한쪽은 맷 윌리엄스 감독이다. 프레스턴 터커 홀로 이끄는 좌타 거포 라인에 사실상 유일한 러닝메이트라는 점도 이정훈의 강점이다. 황대인 장영석 등 2군에 있는 오른손 중장거리 타자들을 제치고 1군 4번타자로 기회를 받은 것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때문에 소극적인 스윙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타격이 필요하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내는 빈도도 줄여야 한다. 초구에 타격을 하다 범타로 물러나면 본인과 팀에 손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투수는 초구에 가장 좋은 공을 던지고, 특히 외국인 투수라면 초구 스트라이크를 신념처럼 여긴다. 볼넷을 내준 직후이거나,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일수록 초구 스트라이크로 기선 제압에 나서려는 투수가 많다. 모처럼 잡은 기회라면, 이런 공에 과감한 스윙을 할 필요도 있다. 콘택트 위주의 타자들은 KIA에 충분히 있다.

빠르고 강한 스윙은 거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퍼포먼스다. 차세대 중심타자가 될 재목으로 구단이 점찍은 젊은 타자라면, 삼진을 당하더라도 시원 시원한 스윙을 하는 쪽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카운트싸움이나 수싸움은 경험에 비례한다는 것을 코칭스태프는 경험으로 이미 체득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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