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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래리 서튼 신임 감독.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결국 다시 외국인 감독이다.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건넸던 롯데가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2군 감독을 1군 사령탑으로 올렸다. 롯데는 11일 오전 “서튼 감독이 그동안 퓨쳐스 팀을 이끌며 보여준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감독 교체를 단행했음을 알렸다.

현역 시절 KBO리그에서 외국인타자로 활약했던 서튼 감독은 2019년 10월 롯데와 2군 감독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지도자였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피츠버그 산하 마이너리그팀 타격 코디네이터로 활약했고 2019년에는 캔자스시티 산하 싱글A팀 타격 코치를 맡았다. 피츠버그 시절 조시 벨, 브라이언 레이놀즈 등 유망주를 직접 지도했는데 벨과 레이놀즈 모두 빅리그에서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늘 롯데의 고민이었던 유망주 육성을 서튼 감독에게 맡긴 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서튼 감독을 2군으로 올린 것 또한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롯데가 2019년 9월 시카고 컵스에서 스카우트와 프런트로 활동한 성민규 단장을 선임했을 때부터 외국인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당시 성 단장은 서튼과 스캇 쿨바, 제리 로이스터 등이 감독 후보군이라고 밝혔다. 1군 감독 또한 이들 셋 중 한 명이 될 것으로 보였다. 비록 서튼 감독이 1군 지휘봉을 잡기까지는 18개월이 더 필요했으나 제리 로이스터 시절 이후 11년 만에 다시 외국인 지도자가 팀을 이끄는 롯데다.

그러면서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 3명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KIA가 맷 윌리엄스 감독에게 지휘봉은 건넸고 올해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2008년 롯데가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10구단 중 한 구단만 외국인 감독이 팀을 지휘했다. 그런데 올해 최초로 KIA와 한화가 외국인 감독 대결을 벌였고 롯데도 다시 외국인감독 열풍에 합류했다.

롯데는 일찌감치 외국인 감독 효과를 경험했다. 만년 꼴찌였던 팀이 2008년 로이스터 감독 부임과 함께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 됐다. 당시도 롯데는 선수 육성에 애를 먹었는데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손아섭, 전준우, 장원준 등이 빠르게 성장하며 팀의 중심이 됐다. 편견없는 선수 기용과 뚜렷한 육성 철학,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야구를 바탕으로 전력 강화 모범사례를 펼쳐보였다.

이번에 서튼 2군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올린 이유도 육성에 있다. 이미 지난해 2군 감독을 맡아 유망주들을 직접 지도한 만큼 보다 원활하게 1·2군이 교류하며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청사진을 그린 롯데다. 서튼 감독은 2군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도 프런트와 꾸준히 교감을 나눴다. 어느 때보타 투타 유망주 층이 두꺼운 만큼 서튼 감독을 통해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두루 잡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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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래리 서튼 감독.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더불어 지금까지 외국인 감독들이 굵직한 결과물을 남긴 것 역시 서튼 감독 선임에 바탕인 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KBO리그 외국인 사령탑이 된 트레이 힐만 전 SK(현 SSG) 감독은 2년 만에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KIA 윌리엄스 감독도 지난해 최약체라는 평가를 뒤집으며 시즌 후반까지 5강 경쟁을 이어갔다. 수베로 감독 또한 부임 한 달 만에 늘 문제였던 한화 수비를 몰라보게 향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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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맷 윌리엄스 감독.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외국인 감독 입장에서도 충분히 KBO리그를 선호할 만 하다. 현재 메이저리그(ML) 감독과 달리 KBO리그 감독은 여전히 코칭의 비중이 크다. 팀 전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 외에도 직접 선수와 마주하며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르친다. 지도자로서 자신의 활동 영역이 넓은 KBO리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연봉 또한 리그 규모 차이를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다. KIA 윌리엄스 감독의 연봉은 100만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우승팀인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평균 100만 달러 내외 연봉을 받았다.

미국에 있는 수많은 지도자들이 한국행을 응시하고 있다. 윌리엄스와 수베로, 그리고 서튼 감독의 성공여부에 따라 외국인 감독 열풍은 더 거세질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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