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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롤드와 모드’ 임준혁(왼쪽), 박정자. 제공|신시컴퍼니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이토록 지혜롭고 사랑스럽게 나이들 수 있다면, 나이드는 것이 두렵지 않을 듯하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제작 신시컴퍼니, 연출 윤석화)의 80세 모드 할머니 말이다. 연극배우 박정자가 실제 나이 80세에 80세 할머니 역으로 열연해 감동을 더한다.

80세의 모드 할머니는 자유롭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을 살아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대사를 통해 삶의 기쁨도, 고통도 모두 흘러가는 것임을 알려준다. 세상에 대한 냉소로 삶을 회피하기만 하던 19세 청년 해롤드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삶을 껴안으라고 가르쳐준다. 모드 할머니의 지혜와 사랑스러움은 염세적인 해롤드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급기야 청년은 반지를 사서 80세 할머니에게 청혼한다.

18년 전인 2003년 연극 ‘해롤드와 모드’ 무대에 처음 서면서 “80세가 될 때까지 이 연극을 하고 싶다”고 밝혔던 박정자는 실제 80세에 무대에 오름으로써 약속을 지켰다. 18년 동안 2003년, 2004년, 2006년, 2012년, 2015년 등 5회 무대에 섰고, 2008년에는 뮤지컬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로 7번째 ‘해롤드와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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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롤드와 모드’ 오승훈(왼쪽), 박정자. 제공|신시컴퍼니

지금까지 그 어떤 무대보다 사랑스러운 배우 박정자의 연기를 만날 수 있다. 신부님을 자동차를 훔쳐 타고 달아날 때나, 매연을 맞고 서있는 나무를 뽑아 숲에 심어줄 때, 커다란 나무 위에서 바다를 바라볼 때…모든 순간이 사랑스럽다.

대사 하나 하나가 모두 삶의 지혜이고 위로다. 박정자가 모드 할머니이고, 모드 할머니가 박정자다.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해 59년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무대를 지켜온 배우가 가진 아우라가 무대를 채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팝송 ‘비밥바룰라’(Be-Bop-a-Lula)가 다채로운 분위기로 연주돼 장면의 전환을 이끌고, 쇼팽의 피아노곡이 캐릭터의 내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박정자는 “80의 모드 할머니가 롤모델이다. 가진 게 하나도 없지만 행복한 할머니다. 관객들이 이 연극을 보고 ‘나도 80세에 모드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80세에 선 7번째 ‘해롤드와 모드’로 박정자는 모드 할머니와 작별을 고한다. “앞으로 후배들이 이 역할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이유다. 박정자의 모드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무대기에 더욱 소중한 무대다.

모드 할머니의 짝꿍 19세 청년 해롤드 역은 임준혁, 오승훈이 번갈아 열연한다.

‘해롤드와 모드’는 오는 23일까지 서울 삼성역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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