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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0~2021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결승전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주저앉아 있다. 런던 | 장영민통신원

[런던=스포츠서울 장영민통신원·김용일기자] 또다시 클럽 커리어 첫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손흥민(29·토트넘)은 그라운드에 푹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손흥민은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0~2021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격, 90분 풀타임을 뛰었으나 팀의 0-1 패배를 막지 못했다.

라이언 메이슨 토트넘 감독 대행은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던 해리 케인을 최전방 원톱으로 복귀시킨 가운데 손흥민~지오바니 로 셀소~루카스 모우라를 2선에 배치했다. 케인, 손흥민 모두 토트넘에서 첫 우승 트로피가 무척 간절했다. 특히 손흥민은 지난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이후 클럽 커리어로는 한 번도 우승 기록이 없다.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와 2018~20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 최고 성적. 다시 찾아온 우승 기회인 만큼 어느 때보다 경기 전 워밍업부터 비장한 표정이 느껴졌다.

특히 손흥민은 펩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를 상대로만 통산 6골 1도움(12경기)을 기록할 정도로 이전까지 저격수 본능을 뽐냈다. 그래서 현지 팬의 기대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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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공을 주시하고 있다. 런던 | 장영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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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6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의 모습. 런던 | 장영민통신원

하지만 이날 손흥민은 물론 토트넘 선수들은 맨시티의 강한 전방 압박과 공세에 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손·케인’은 물론 후반 개러스 베일까지 총출동시켰으나 단 2개의 슛, 유효 슛 1개가 전부였다. 20개나 넘게 슛을 시도한 맨시티에 1골만 내준 게 다행일 정도였다. 토트넘은 휴고 요리스 골키퍼의 선방을 앞세워 맨시티 공세를 견뎠으나 결국 후반 36분 프리킥 기회에서 결승골을 허용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케빈 데 브라위너가 차올린 공을 아이메릭 라포르트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우승컵을 내준 만큼 토트넘으로서는 더욱더 허무했다. 주심의 경기 종료 호루라기가 울리자 너도나도 고개를 푹 숙였다. 그중 손흥민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였다. 이전까지 국가대표팀이든, 소속팀이든 중대한 승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이번엔 슬픔을 넘어 허망함이 가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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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맨시티에 패한 뒤 눈물을 보이고 있다. 런던 | 장영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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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케빈 데 브라위너의 위로를 받는 손흥민. 런던 | 장영민통신원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만 한 시즌 최다인 15골을 기록 중이고, 전 대회 20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커리어 하이’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팀이 유로파리그 16강에서 ‘광탈’했고, 리그 4위(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마지노선) 싸움도 어려움에 빠져 있다. 최근엔 주제 무리뉴 감독까지 경질당하며 뒤숭숭했다. 손흥민에게 컵대회 우승은 이런 분위기를 정리하고, 유의미한 시즌을 만드는 반전 해법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무기력하게 맨시티에 무너져 충격이 컸다.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리다가도 데 브라위너 등 상대 선수 위로에 손을 내민 손흥민은 다시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특히 맨시티의 우승 세리머니 때 토트넘 선수도 자리를 지켰는데, 그는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무릎을 모으고 앉아 몹시 괴로워했다. 베일 등 동료는 물론, 토트넘 코치진이 지속해서 그에게 다가가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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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 장영민통신원

눈물을 멈추고도 한동안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본 손흥민은 터벅터벅 장내를 떠났다. 이번엔 손에 잡히리라고 여긴 우승컵,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또 그를 외면한 날이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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