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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안희연 혹은 하니입니다.” 안희연은 스스로를 ‘혹은’이라는 부사를 활용해 설명했다. 그룹 활동 이후 배우로 전향한 안희연은 본명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대중에게는 EXID 하니로 더 익숙하다. 그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걸음 한걸음 가수 하니에서 나아가 배우 안희연의 삶을 다져나가고 있다.

안희연은 최근 개봉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이환 감독)에서 가출 청소년 주영으로 분했다. 가요계 ‘엄친딸’이었던 하니가 방황하는 청소년이라니, 낯설기 그지없다. 그러나 영화 속 안희연의 모습은 꽤나 자연스럽다. 그는 “물론 친절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도 감독님께 이해가 안간다고 솔직히 말했다. ‘내가 어른이어서 그럴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주영을 연기하면서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이 인물을 알아갈수록 먹먹함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웹드라마 ‘엑스엑스’, ‘아직 낫서른’을 통해 연기자의 모습을 선보였지만, 배우 안희연의 첫 작품은 ‘어른들은 몰라요’다. 그는 “가수 활동이 끝나고 배우를 해야겠다 계획했던건 아니다. 소속사도 없고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채 여행을 떠났고 그때 이환 감독님이 SNS 메시지로 제안을 주셨다. 감사하지만 거절했는데 서울에 돌아와서 만나뵙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출연에 용기를 내게 됐다”고 떠올렸다. 첫 정식 연기 도전에서 영화 주연과 반항 청소년의 역할은 안희연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워크숍의 공이 컸다. 감독님과 다른 배우 분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셨다. 그렇게 점점 연기가 재밌어지고 몰입하니 눈물도 나고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안희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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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감독의 신작인 ‘어른들은 몰라요’는 전작 ‘박화영’에 이어 문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만의 방식으로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다. 안희연은 이환 감독을 용감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안희연의 선택 역시 꽤나 용감했다. “내가 배우로 더 잘되어야겠다는 바람이 큰 상태였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지 못했을거 같다. 더 많은걸 고려하고 따졌을거다”라며 “그 당시엔 내 스스로도 용감할 수 있는 상태였고 사람들이 보는 시선보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나로 인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좋은 배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나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

안희연은 이번 작품에서 다수의 욕설과 흡연 장면도 소화해야 했다. 아이돌 출신의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부담감은 없었는데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서 ‘멘붕(멘탈붕괴)’이 왔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욕이 금기어 된다. 그러나 워크숍을 하면서 계속 시도하고 스스로를 깨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연스러워졌던거 같다”고 회상했다.

안희연은 “스스로도 아직은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다”며 “예전엔 10년, 1년, 1개월 등 단위별로 계획이 촘촘히 짜여있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 현재는 연기하는게 좋아서 연기를 하고 있고, 앞으로 또 뭘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걸 할거 같다. 다만 연기 활동을 할때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다. 엄마의 사랑이 큰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궁금하다”고 눈을 반짝였다.

안희연

지난 2012년 EXID로 데뷔한 안희연. ‘위아래’가 역주행 하며 오랜 무명생활을 청산하고 단숨에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 아이돌 생활을 마치고 배우로서의 인생 2막을 열면서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안희연은 “그동안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그안에서 많은 성장을 했고,진짜 뜻깊은 절대 잊지 못할 10년이었던거 같다”며 “정말 열심히 살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적당히 쉬면서 지금처럼 살고 싶다. 이젠 열심히는 아니고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희연에게 ‘어른들은 몰라요’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난 17살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고, 이 영화가 바로 공감되진 않았다. 그게 날 반성하게 했다. 그만큼 바깥을 잘 살피지 못했던건 아닌가 싶었다”며 “불편하지만 이런 영화들이 필요한 질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정의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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