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KIA의 야구 열기는 시범경기부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LG경기에 관중들이 가득 차 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장면이다.(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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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해는 안되지만 권리가 그렇단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조치들이니 반박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구체적인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구단도 손 놓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동영상 사이트 등에 KBO리그 경기 모습을 공개하는 문제로 온라인이 뜨겁다. KBO 뉴미디어 저작권 보호팀이 SNS와 동영상 사이트 등에 야구 영상을 올린 계정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팬들의 반발이 심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뉴미디어의 일방적 움짤 규제 철회를 요청한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비상업적 틀안에서 팬덤을 상징하는 개인활동을 이른바 포털·이동통신 컨소시엄이 제재를 가하는 게 합리적이냐는 질문이다. 야구팬들은 “이러니 야구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포토] SSG 치어리더, 응원무대도...새 단장!
SSG 랜더스의 치어리더들이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롯데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있다. (스포츠서울 DB)

정작 구단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각 구단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자체 영상을 제작하는 구단들은 “더그아웃 풍경이나 선수 인터뷰 등 경기 외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KBO 뉴미디어 저작권 보호팀이 감시하는 영역에는 들어가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SNS 계정에도 선수들의 ‘움짤’은 찾아볼 수 없다. 계약 위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진이나 그래픽 등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딱히 논란거리가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다.

KBO와 각 구단이 팬심과 달리 차분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이런 논란이 야기될 것을 이미 2019년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할 때 전망했기 때문이다. 당시 KBO는 이동통신사 3사(SKT KT LGU+)와 포털(네이버 다음카카오)에 5년간 1100억원(연평균 220억원)에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상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KBO는 유튜브를 포함한 SNS 상에 팬들이 참여하는 것이 문화가 됐고, 이를 통해 KBO리그가 새로운 팬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나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데다, 특정 업체 배불려주기 의혹을 갖고 있던 10개구단은 중계권 협상에 직접 나서 이통사와 포털에 권한을 넘겨줬다”고 말했다.

[포토]최형우의 2천 안타 축하하는 윌리엄스 감독
KIA 윌리엄스 감독(왼쪽)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KIA의 경기 5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홈런으로 통산 2천 안타를 달성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최형우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2019년 윈터미팅 때에는 포털사이트 관계자가 각 팀 홍보팀과 미팅에서 경기 영상 재가공 금지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구조에 대해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미디어 중계권한을 가진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이 외의 플랫폼에는 업로드 자체를 불허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다시 말하면, 네이버TV와 카카오TV 등에 창작자 영상 형태로 경기 영상을 게재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유튜브나 사진, 영상 기반 SNS 등 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한이 없는 채널에는 어떤 형태의 영상도 게재하면 안된다. 애초에 계약을 그렇게 했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이미 지적을 받은 상태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유료로 시청해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포토] 유지현 감독 \'장하다. 라모스\'
LG 유지현 감독이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7회말 라모스가 3점 홈런을 날리고 들어오자 박수를 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상황이 변하자 일부 구단은 “저작권한을 구매해서라도 팬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돈 주고 판매한 권리를 다시 사들이자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당장 연간 10~20억원을 더 받기 위해 팬들의 수요를 무시한 10개구단의 불편한 민낯이다.

가뜩이나 질낮은 경기력에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경기 시간 탓에 팬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KBO리그는 젊은 세대의 놀이문화마저 빼앗아 그들만의 잔치로 퇴보할 위기에 놓였다. KBO가 자구책을 마련 중이지만, 구단 동의 없이는 어렵다. 마케팅이 꼭 필요한 일부 구단을 제외하고는 뒷짐만 지고 있다. 유야무야 시간만 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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