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1071736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난 18일 울산 현대가 수원 삼성 원정에서 0-3으로 충격패한 날.

선수단 내 최선참인 신형민(35)은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을 가감 없이 꺼냈다. 이 경기는 국가대표급 스쿼드인 울산이 ‘2000년대생’ 매탄고 유스 출신(정상빈 강현묵)에게 농락당하며 완패한 것으로 크게 조명됐다. 그는 동료들에게 국가대표 또는 고연봉자가 많은 팀인 만큼 더욱더 커다란 책임감으로 뛰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 팀이 더 하나가 돼 맞서야 하는 것을 강조했다.

210421101362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신형민은 사흘이 지난 2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시즌 첫 현대가더비(0-0 무)에 주장 완장을 달고 출격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K리그 1강’으로 불린 전북에 몸담았다가 올해 전격적으로 라이벌 팀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어제의 동료를 오늘의 적으로 싸웠다. 하지만 본래 ‘울산맨’이었던 것처럼 강한 투쟁심으로 옛 동료를 상대했다. 특히 전반 37분 전북 수비수 홍정호와 언쟁을 벌였다. 최철순 등 다른 전북 선수가 달려들어 말렸으나 신형민은 개의치 않고 큰 목소리를 내며 받아쳤다. 앞서 상대 핵심 공격수인 일류첸코와 공중볼 경합에서는 거친 동작으로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그가 옛 동료 앞에서 거친 동작을 한 건 불편한 감정이 남아서가 아니다. 경기 직후 신형민은 전북 벤치쪽으로 다가가 옛 동료, 지도자와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21042143308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신형민이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전북을 몰아친 건 울산 동료를 향한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울산은 전북의 라이벌로 불리면서도 지난 2019년과 2020년 맞대결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특히 지난해 FA컵을 포함해 5차례 공식전에서 1무4패로 주저앉았다. 최근 대규모 선수단 투자에도 2년 연속으로 전북을 넘지 못하며 준우승에 머문 이유다. 반면 전북은 ‘우승DNA’를 지녔다는 찬사를 받으며 1강 위용을 떨쳤다. 신형민은 이날 경기 직후 ‘터프한 플레이’를 묻는 말에 “여태까지 울산에 그런 선수가 없었기에 준우승에 그쳤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4년 전북에 입단한 신형민은 2017년 주장 완장을 달고 팀을 2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후 전북은 지난해까지 K리그 최초 리그 4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전북에 있을 때 울산을 보면서 기교파는 많지만 분위기를 다잡고 싸워줄 선수는 없다고 느꼈다. 라이벌전은 (경기력 뿐 아니라) 이런 외적 요소에서 승부가 갈린다. 전북과 울산의 차이가 이런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전북과 울산의 차이를 두고 ‘팀 정신’을 끌어내는 그라운드의 리더를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전북은 현재 은퇴 한 이동국이나 신형민, 최철순 등 오랜 기간 팀 문화를 체득한 이들이 중심 구실을 하며 새로운 선수와 시너지를 통해 최강 자리를 지켰다. 반면 울산은 수준급 선수를 데려오나 매 시즌 변화 폭이 컸다. 그러다 보니 승부처에서 싸움닭을 자처하는 등 희생을 바탕으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리더가 부족했다.

신형민은 울산의 이러한 약점을 인지하고 동료에게 쓴소리하며 파이터를 자처한 것이다. 후배들은 그의 진심에 마음을 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는 “실제 우리 팀엔 잘하는 선수가 많지만 주요 경기에서 자기 것만 잘하자는 분위기도 간간이 있었던 것 같다. 신형민의 얘기를 듣고 행동을 보면서 팀으로 뭉치는 힘의 중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