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 리뷰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12월 31일에 비가 오면 만나자.” 실현 가능성이 낮아보이지만 설레는 이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조진모 감독)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 분)와 소희(천우희)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영화다.

두 사람의 감성 로맨스라 예상됐던 것과 달리 영화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한다. 영화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을 조명하며 추억도 상기시킨다. 삼수생인 영호는 엘리트지만 자신에게 성적, 성공만을 강요하는 형처럼 되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그러던 중 삼수생 동기(강소라)를 만나게 되고 통통 튀는 매력에 눈길을 사로 잡힌다.

그러던 중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영호, 초등학교 운동회 날 만난 소연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소연찾기’에 나서지만 쉽지 않다. 어렵사리 편지로 연결됐지만 소연에게 사정이 생겨 소희가 대신 편지 임무를 맡게 되고 이 사실을 모르는 영호에게는 소연의 편지가 인생의 낙이 된다. 만나자는 약속에도 응할수 없자 소희는 12월 31일에 비가 오면 만나자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약속으로 영호를 좌절케 한다.

하지만 영호는 약속을 꼭 지키겠노라 잊지 않고, 급기야 우산 장인이 되기까지 한다. 영호에게는 기다림과 비는 진한 연결고리가 있는 매개체다. 소희 역시 영호에게 진실을 알릴까 싶다가도 깊은 고뇌에 빠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영호와 소희. 그리고 소연에 대한 기억까지. 이들은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가 영화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다른 로맨스 작품들이 남녀 주인공을 위주로 흘러가는 것과 다르다. 남자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사정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 또 편지를 주고 받으며 감정을 쌓아가다 보니 강하늘과 천우희의 대면신도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의 풋풋풋한 케미는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또 감성 로맨스라 하기엔 다소 의문의 전개들도 등장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특히 에필로그에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나아가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이 배경이다 보니 관중들로 하여금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극중 영호가 신기해하는 추억의 ‘가로본능 휴대폰’을 시작으로 청군-백군으로 나뉜 운동회, 빈티지한 의상까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간이 흐른 뒤 모두에게 존재하는 청춘,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기다림을 상기시키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별출연으로 알려진 강소라의 분량도 상당하다. 주연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이 더해져 강하늘과 천우희의 케미를 더욱 풍성케 한다. 117분. 전체 관람가.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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