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PD_야외03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웅성거리던 촬영장이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조용해졌고 적막감까지 감돈다.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의 현장은 시끌벅적한 여타 예능과는 달랐다. 들리는 것들은 작아지고 적어졌지만 그래서 더 선명하게 다가왔고 미쳐 우리가 보지 못한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우리가 알던 예능과는 다른 궤와 결을 가진 ‘톡이나 할까?’가 탄생하고 있었다.

‘톡이나 할까?’는 작사가 김이나가 게스트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콘셉트의 토크쇼로 보는 방식 역시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적합한 세로 프레임이다.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후 배우는 물론 다양한 직군의 셀러브리티가 함께 하며 카카오TV의 대표 오리지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촬영 전 만난 권성민 PD는 ‘톡이나 할까?’를 ‘역치가 낮은 예능’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 그래서 다른 예능과 달리 그 울림 역시 더 깊고 오래도록 남고 있다. “사랑니 수술을 하고 몇 주간 음식을 잘 못 먹다가 방울토마토 한 알을 먹었는데 평소 몇 배의 풍미가 느꼈다. 감각의 역치가 낮아지면 느껴지는 것이 커진다. 다른 예능에서 사소한 호흡, 숨소리, 동공의 움직임이 보이고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오디오 감독님이 기준 데시벨을 높게 잡으시는데 소리가 증폭이 된다. 너무 조용하다 보니 스태프의 소음이나 꼬르륵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한다.”

이어 “말이 아니라 텍스트로 보이기에 좀 더 정제된다. 게스트도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이 어떤 모양이거나 색인지 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다. 연출 역시 더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어 압축률이 높다. 그리고 김영하 작가나 이동진 평론가는 말한 그대로가 텍스트로 보이다보니 각인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대중적으로도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가 되거나 SNS에 문구를 올려 주고 미디어에 관련된 업계 분들이 흥미로워 해주시는 것 같은데 다른 콘텐츠에 비해 깊이 소비되는 것 같다”며 만족했다.

톡이나 할까_재재_변요한_유현준

김이나와 게스트만 등장하는 심플한 구성이지만 낮아진 역치만큼 순간의 디테일을 더 섬세하게 잡아내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촬영장 선정 역시 게스트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최적화된 것을 찾고자 하는 많은 고민이 녹아 있다. 권 PD는 “둘만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조명이나 카메라 등 장비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고 크다. 촬영시간은 길지 않지만 서울 안에서 게스트와 분위기 그리고 이야기에 잘 어울리고 예쁜 큰 공간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언택트가 일상화된 현재, ‘톡이나할까?’는 이런 시국과 일정부분 현실을 반영하는 예능이기도 하다. “비말이 튀지 않은 온라인에서 문자로 소통하는 것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의 많은 수단이 있는데 8~90%가 음성 언어라면 그외에도 눈빛, 제스처, 표정 등 다양한 것이 있다. 또 텍스트에서도 이미지나 이모티콘 등도 있는데 가장 일상적인 것을 제외한 소통수단에 여러가지 방법을 보여줄 수 있다. ‘베니’ 구경선 작가는 ‘청각장애인도 대등한 입장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좋았다’고 하시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톡이나 할까?’에는 평소 다른 예능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유명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권 PD는 “다른 예능에 비해 부담이 없어서 나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꽤 많다. 게스트가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묻지 않는다. 연출진이 욕심을 내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대한 편안하게 일상적인 편안하게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웃기거나 사담 혹은 집이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영상에도 신경을 써서 이쁘게 나온다.(웃음) 우리도 많이 못 본 분들을 섭외하려고 한다. 키크니 작가는 처음으로 예능에 나오는데 일러스트로 대체하기도 하고 황석희 번역가는 김이나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출연하시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방송 출연일거라고 하셨다”고 미소지었다.

권성민PD_야외01

권 PD는 첫회를 장식한 박보영을 비롯해 지금까지 함께해 준 게스트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모두 처음 하는 경험인데 마주 보고 카톡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잘 구현해 주셔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최근 변요한씨는 카톡으로 자기 언어를 표현하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하고 고민을 하시던게 기억에 남는다. 구경선 작가님은 대화의 질감이 좋았고 마지막에 김이나씨가 뭉클하셨다. 노래를 듣고 작사를 하는게 기본적인데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의 결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김이나씨가 놀라고 감동받기도 했다. 엄태구씨는 카카오톡을 안하는데 우리를 위해 계정을 만들고 프로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권PD는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김이나 작사가에 대한 깊은 믿음을 내비쳤다. 권 PD는 “신뢰를 넘어서 의지할 수 있다. 사전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톤을 조절하고 대본이나 구성안에는 소화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150~200%를 준비하는데 김이나를 위한 여백을 남겨둔다. 매번 가지를 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기대가 되는 MC다. 본인도 준비를 많이 해오시고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 정보나 짤을 찾아오시기도 한다. 무엇보다 게스트를 대할때 지키는 선이 있고 존중하는 것이 있다”고 힘을 주었다.

이어 “김이나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이나 켄지와 이야기 해보고 싶어한다.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김연아나 김연경 같은 흔히 만나기 어려운 스포츠스타를 불러보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도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면서 “마치 사람마다 책에 줄을 긋는 부분이 다른 것처럼 보시는 분마다 다르게 받아들이시고 가져 가시는 것이 다르다. 다른 곳에서 하지 않은 재밌는 이야기를 이끌어내고자 하는데 재밌었으면 좋겠다. 말로 할 때 찾지 못한 것을 보는 콘텐츠였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M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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