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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제공 | 한국배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스쿼드의 힘이 결국 우승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V리그 원년인 2005년부터 프로배구에 참가한 유서 깊은 구단이다. 그러나 통합우승 역사는 없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0~2011시즌을 비롯해 2016~2017, 2018~2019시즌 모두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번번이 통합우승 문 턱에서 준우승에 그치며 대업을 달성하지 못했다.

17일은 대한항공이 구단 역사상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의미 있는 날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도드람 2020~2021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네 번의 세트 중 세 번이나 듀스까지 가는 초접전 경기였다. 3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열세였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하게 정상에 선 셈이다.

실력도 좋았지만 운도 따랐다. 4차전 경기 직전 우리카드 외국인 선수인 알렉스가 복통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경기에 결장하면서 위기에서 탈출했다. 크게 체력을 소진하지 않은 채 셧아웃 승리를 거뒀고, 챔피언결정전을 5차전까지 끌고갔다.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알렉스가 온전한 몸 상태로 4차전에 나섰다면 대한항공은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항공의 힘은 스쿼드에서 나온다. 당장 한선수라는 리그 최고의 사령관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백업은 유광우가 나선다. 베테랑 세터들이 팀을 지휘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기복이 적다. 레프트 라인은 국가대표급이다. 정지석과 곽승석은 V리그 남자부 최고의 공수 밸런스를 자랑한다. 정규리그에서는 라이트를 담당하던 외국인 선수 비예나가 부상으로 이탈했는데 V리그 경험이 풍부한 요스바니가 공백을 잘 채웠다. 요스바니와 함께 토종 거포인 임동혁도 고비마다 활약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상대적으로 센터 라인의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조재영, 진성태가 제 몫을 했다.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잘 활용한 게 대한항공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과감한 선수 기용과 용병술로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비예나가 빠졌을 때 임동혁을 주포로 내세워 위기를 잘 넘겼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진성태가 부상을 당하자 손현종을 센터로 내세우는 변칙 작전도 내세웠다. 4차전에서는 요스바니를 레프트로 돌리고 임동혁을 라이트에 넣는 승부수를 띄워 승리하기도 했다.

다만 산틸리 감독은 과한 항의와 다혈질적인 면모로 존중을 받지는 못했다. 이번 시즌 경고 7회, 세트 퇴장 1회를 포함해 총 9차례 제재를 받았다. 프로배구 출범 후 최다 징계 기록이었다. 게다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는 상대 선수인 알렉스와 신경전을 벌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감독이 선수와 충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산틸리 감독이 한국 배구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산틸리 감독이 통합우승 달성에도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산틸리 감독과의 결별을 확정하고 차기 사령탑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결정한다는 구상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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