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현
롯데 추재현이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투수로 등판한 뒤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제공|롯데

[스포츠서울 최민우 기자] 야수가 마운드에 오른 진풍경은 이제 KBO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BO리그는 시즌초반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로 시름하고 있다. 선발투수가 긴이닝을 끌고 가지 못하는 탓에 불펜투수들의 등판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144경기를 치르기 위해 체력안배는 필수인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불펜진의 체력 고갈은 불보듯 뻔하다. 때문에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투수들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야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서 9회초 내야수 강경학과 외야수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1-14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투수진을 소모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KBO리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야수가 투수로 등판하는 모습이 한화가 아닌 다른 팀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허문회
롯데 허문회 감독이 지난해 10월 25일 수원 KT전에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롯데 허문회 감독이다. 그는 수베로 감독의 파격적인 마운드 운용에 대해 “메이저리그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사실상 야수의 투수기용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었다. 그리고 허 감독은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전에 롯데 야수들에게 투수 글러브를 건넸다. 수베로 감독보다 훨씬 더 파격적이었다. 선발 앤더슨 프랑코가 1회 8실점으로 무너지자 불펜투수 김건국~박진형~오현택이 일찌감치 등판해야했다. 7회 투수교체 사인으로 등판한 선수는 외야수 추재현이었다. 그리고 9회까지 배성근·오윤석이 차례로 투수로 기용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포토]두산 김태형 감독, 환한 웃음
두산 김태형 감독이 지난 2월 8일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중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롯데까지 야수의 투수기용을 시도하면서, 다른 팀 사령탑들도 진지하게 이를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키움 홍원기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 KT 이강철 감독 등 복수의 사령탑이 야수의 투수 기용을 찬성한 상황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우리나라 정서상 아직 맞지 않겠지만, 우리도 야수가 투수로 던질 수 있다. 오재원이 제일 먼저 나가겠다고 할 것 같다”며 호탕한 웃음으로 마운드 운용에 다양성을 더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즌초반 각팀 선발 투수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찌감치 마운드가 붕괴된다면, 투수가 아닌 야수가 투구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진풍경이 아닌 일반적인 풍경기 될 수도 있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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