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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젊은 KIA’가 잠에서 깨어났다. 경기만 하면 꼬였던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이틀연속 역전승을 따냈다. 이 과정에 2000년대생 투수 두 명이 마운드를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지속성 여부가 관건이지만, 젊은 호랑이들은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선두주자는 단연 정해영(20)이다. 정해영은 지난 6, 7일 고척 키움전에 모두 등판해 3이닝을 틀어막고 1승 1세이브를 따냈다. 구위도 좋지만 도망가지 않는 배짱이 KIA의 새 마무리의 탄생을 알렸다.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자리잡아야 할 재목이지만, 올해는 전상현의 어깨 부상으로 임시 소방수를 맡았다. 그는 “두산과 개막전에서 역전패해 아쉬웠는데, 이틀 연속 역전승을 거둬 기분좋다. 한 타자씩 승부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섰던 게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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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던지면서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6일에는 박병호 선배님한테 슬라이더를 던진 뒤 반응을 보고 같은 구종을 또 선택했다. 이게 손에서 제대로 채지지 않아 밋밋하게 날아갔고, 하마터면 홈런이 될 뻔 했다. 타자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도 어설프게 던지면 장타를 허용할 수 있다는 공부가 됐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 피치 이미지가 강했는데, 올해는 포크볼과 커브를 던지고 있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와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늘었다는 게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타자들과 승부를 한다는 점이 2000년대 생의 특징이다.
두 번째 역전승은 대졸(영동대) 신인 이승재(21)가 견인했다. 그는 7일 7-7로 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순삭’했다. 최고구속은 149㎞까지 측정됐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가미했는데, 두 구종 모두 140㎞ 가량 측정됐다. 빠른 공에 빠른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 언저리로 던지자 키움 타자들이 손을 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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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때부터 빠른 공으로 각광 받은 이승재는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단숨에 필승조로 평가 받기 시작했다. 정해영도 “(이)승재 형은 구위가 정말 좋다. 내가 마무리로 나가지만, 뒤에 공이 정말 좋은 투수들이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든든하다”고 말했다.
팀 역대 5번째로 데뷔전에서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린 이승재는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자는 생각으로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정명원 코치님께서도 ‘가운데만 보고 던져’라고 말씀하셔서 자신감이 생겼다. 1군 엔트리 포함이 올해 목표였는데, 벌써 이뤘으니 풀타임 1군을 새로운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KIA 역사상 네 번째 데뷔전 승리투수 영예를 정해영이라는 점도 ‘젊은 KIA’를 대변한다.
‘젊은 KIA’의 화룡점정은 이의리(19)가 찍는다. 양현종이 빠진 자리를 단숨에 꿰찬 이의리는 맷 윌리엄스 감독의 철저한 관리 속에 루키 시즌을 선발로 치른다. 8일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하면, KIA는 2000년대생 선발, 필승조, 마무리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마운드 세대교체에 사활을 건 KIA가 예상보다 빨리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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