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하계올림픽 남자축구 한국대표팀
지난 2012년 8월12일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 신화를 달성한 박주영(왼쪽)과 홍명보 감독이 앞 뒤로 앉아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홍명보의 아이들’이 평생 스승과 진검승부를 벌인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 신화를 이뤄낸 홍명보(울산 현대) 감독과 박주영, 기성용(이상 FC서울)이 처음으로 K리그 그라운드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울산과 서울은 7일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1’ 8라운드에서 격돌한다. 울산은 승점 14로 리그 2위를, 서울은 승점 12로 3위를 각각 달리고 있다. 양 팀 모두 선두 전북 현대(승점 17) 추격을 위해서라도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이다.

여기에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사제 간이 적이 돼 겨루는 경기여서 더욱더 관심을 끈다. 울산 수장 홍 감독과 서울을 대표하는 스타인 박주영, 기성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서로에게 은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 리베로’로 명성을 떨친 홍 감독은 선수 은퇴 이후 A대표팀 코치를 맡다가 U-20 대표팀 사령탑을 통해 본격적으로 감독 커리어를 쌓았다. 커다란 전환점이 된 건 U-23 대표팀을 맡은 뒤 9년 전 열린 런던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을 때다. 앞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아쉽게 동메달에 그친 홍 감독은 올림픽 본선에서 새 역사를 다짐했다. 박주영과 기성용은 홍 감독이 그리는 올림픽 본선 밑그림의 중심축이었다.

특히 박주영은 당시 병역 회피 논란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홍 감독은 “박주영이 군대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간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기면서 그를 와일드카드로 전격 선발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올림픽은 3위 이상 입상하면 선수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당시 유럽에서 뛰며 20대 후반을 바라보던 박주영으로서는 정당하게 병역 혜택을 받을 마지막 기회였다. 기성용은 당시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며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홍 감독은 기성용을 중원의 핵심 요원으로 점찍고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에게도 올림픽 메달은 미래의 유럽 커리어와 맞닿아 있었다.

2012 런던 하계올림픽 남자축구 한국대표팀 훈련
9년 전 올림픽대표팀 시절 기성용(왼쪽)과 홍명보 감독의 모습. 이주상기자

홍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들과 신뢰를 쌓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재연하듯 올림픽 본선에서 동메달 역사를 썼다. 특히 박주영과 기성용은 홍 감독의 기대대로 새 역사의 중심 역할을 했다. 기성용은 개최국 영국과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4강을 확정 짓는 골로 포효했다. 10년 전 홍 감독이 한·일월드컵 8강전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주자로 나서 4강행을 확정한 뒤 환하게 웃은 장면과 닮아 있었다. 박주영은 동메달이 걸린 일본과 3·4위전(2-0 승)에서 상대 수비수 3명을 따돌리는 놀라운 개인기로 오른발 결승포를 터뜨렸다.

물론 홍명보의 아이들이 영광만 함께한 건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홍 감독과 런던 주력 멤버가 뭉쳤으나 준비 기간 부족 등이 겹치며 조별리그 탈락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대표팀의 추억은 홍 감독과 ‘홍명보의 아이들’의 연결 고리를 더욱더 단단하게 했다.

홍 감독은 올 초 울산 지휘봉을 잡으며 3년 6개월 만에 K리그에 복귀했을 때 박주영, 기성용과 그라운드 맞대결을 고대했다. 울산엔 런던 멤버인 김기희가 중앙 수비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은 순위 경쟁만큼이나 뜨거울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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