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숙진 이사장이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여론에 쫓겨 제대로된 마스터플랜 수립 전에 졸속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가 수장 공백으로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인사논란 등 숱한 악재 속 이숙진 이사장이 19일 장문의 사임서를 내고 스포츠윤리센터를 떠났다. 이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센터의 태생적 한계를 직시하고 한시바삐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경력 있는 조사 전문 인력 확보와 조직개편, 특별사법경찰관제도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스포츠윤리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 인권 침해와 스포츠비리를 근본적우로 해결하기 위한 독립기구다. 체육계로부터 분리해 독립, 전문, 신뢰성을 갖춘 스포츠 인권 전담기구로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철인3종경기 최숙현 선수의 비보 이후 국민적 공분을 등에 업고 호기롭게 출범했지만, 7개월 여 동안 인사 특혜시비 등 논란만 야기한채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센터 설립과 존립 기반은 스포츠 인권과 스포츠 비리 피해자를 위해 제대로 사건을 조사하고 진상을 규명해 피해구제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나아가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취임하기 전에 이미 25명의 직원 채용을 완료한 상태였는데, 조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 명에 불과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필요 인력에 대한 정확한 직무분석과 이에 기반한 채용이 병행되지 못했다. 때문에 센터는 설립과 동시에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근거와 취지를 무시한채 인력 채용이 이뤄졌고, 이 때문에 쏟아지는 체육계 비리 제보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최근에는 학교 폭력 미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신고가 쌓여가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체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인력 채용에 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문인력을 보강하려면 예산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국회는 스포츠윤리센터에 대한 지원을 뒷전으로 미뤄뒀다. 이 이사장 조차 스포츠와 거리가 먼 인사라, 문체부의 묻지마 기용에 체육계가 거센 비판을 제기했다. 여론에 밀려 보여주기식 출범이라는 체육계의 날선 비판이 현실이 된 셈이다.

이 이사장은 “응급처방이 아니라 스포츠 폭력과 인권침해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명실공히 준사법적 기구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독립성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육계 폭력과 비리를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센터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내 역할과 노력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사직한다. 폭력없는 체육계를 위한 답을 문체부와 윤리센터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찾아 최숙현 선수가 목숨으로 던진 질문에 답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스포츠윤리센터측은 ‘이사장에 관한 취재는 해당 인사로 갈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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