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K-장르물의 새 지평 열 독특한 장르물들이 줄줄이 선을 보이며 안방극장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먼저 승기를 잡은 건 tvN 토일극 ‘빈센조’다. ‘빈센조’ 첫 방송 시청률은 평균 8.7%(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으로 tvN 토일드라마 역사상 세 번째 높은 수치로 쾌조의 시작을 알렸다.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를 다룬 다크 히어로물을 표방한 ‘빈센조’는 블록버스터를 연상케 했던 초반부와 달리 극이 진행될수록 코미디 색이 더해지면서 유쾌함과 액션 모두 잡았다는 평을 얻고 순항 중이다.

이승기의 복귀작 tvN 수목극 ‘마우스’도 눈길을 끈다.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마우스’는 첫회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전개로 19금 시청등급에도 5%에 가까운 안정적인 시청률로 출발했다.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들이 계속돼 불편함을 느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승기, 이희준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주제 의식을 살리기 위한 용도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JTBC 역시 개국 10주년 특별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를 통해 독창적인 장르물을 내놓았다. 미래를 바꾸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조승우, 박신혜의 이야기를 담아 타임루프 소재에도 기존에 보지 못한 신선한 전개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신하균과 여진구, 두 경찰의 심리 추적 스릴러를 그린 JTBC ‘괴물’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사랑받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레트로 감성이 담겨 있는 한국적인 정서의 작품”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신하균과 여진구 두 배우의 몰입감 넘치는 섬세한 감정연기가 돋보인다.

OCN은 ‘경이로운 소문’ 후속으로 타임워프 정치미스터리 ‘타임즈’를 방영 중이다. 대통령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거짓과 맞서는 두 기자 이서진, 이주영의 이야기. 타임슬립이 신선한 소재는 아니지만 정치라는 소재를 이용해 메시지에 집중해 정치 미스터리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김래원의 선택으로 화제를 모은 tvN ‘루카 : 더 비기닝’도 ‘인간의 진화’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독창적 세계관을 선보이며 5%대의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했다.

승리호 스위트홈

액션, 추리, 미스터리, SF로 분류되는 장르물은 과거엔 대중보다는 주로 마니아층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활발해지고 새로운 작품들이 시도되면서 장르물이 설 자리도 넓어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엔 한국 드라마하면 로맨스물이었다면 이젠 각종 해외드라마의 유입과 함께 시청자의 욕구도 다양해졌고, 한국드라마 역시 특정 장르를 부각시킨 특색 있는 장르물이 대거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장르물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상파에서는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을 표방하는 SBS ‘조선구마사’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K좀비 열풍을 일으켰던 ‘킹덤’ 시리즈를 연상케 해 ‘조선구마사’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년여 만에 돌아오는 OCN 흥행 시리즈물 ‘보이스’의 네 번째 시즌도 공개를 앞뒀다. 하반기에는 미스터리 악령 스릴러 OCN ‘홈타운’도 편성됐다.

조선판 좀비 ‘킹덤’, 한국식 크리처물 ‘스위트홈’ 등 기존에 없던 독특하고 파격적인 소재의 한국 장르물들이 새로운 K-장르를 개척했다는 호평을 얻으면서 장르물 열풍은 TV 드라마로도 옮겨붙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은 ‘한국식 장르물’에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스토리와 캐릭터, 세계관을 갖춘 드라마가 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그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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