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액션이라고 하길래, 또 포스터엔 비장해 보이는 여군이 있길래 '퓨리'나 '그린존', '허트 로커' 같은 군인 영화인 줄 알았다. 동생을 위한 복수극이라는 설명에는 사뭇 '테이큰'의 여군 버전이겠다는 그림도 그리게 했다. 허나 궁금증을 탄식으로 끝나게 한 이 영화. 러닝타임을 80분이나 가져간 것도 대단하다 싶다.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상티넬'은 여군 클라라(올가 쿠릴렌코 분)가 주인공인 프랑스 액션 스릴러물. 클라라는 시리아 파병 현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 사고를 목격한 후 외상후 스트레스를 얻는다. 이 때문에 가족 품에 돌아가서도 약에 의지하며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간다. 그후 상티넬 부대로 배치돼 전보다는 평온한 군 생활을 이어가지만, 종종 시리아 트라우마가 생각나 공포에 떤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상티넬은 도심 등에서 테러 경계순찰을 하는 프랑스 감시병을 지칭한다.


클라라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서 안정을 얻고 클럽에서 스트레스를 풀며 상처를 걷어낼 때쯤 동생이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분노가 극에 달한 클라라는 범인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홀로 분투한다. 남자 여럿이 달려들어도 꿋꿋하게 싸워나가며 응징한다.



클라라를 연기한 올가 쿠릴렌코는 2008년 영화 '007 퀸텀 오브 솔러스'에서 본드걸을 연기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배우. 이후 '모멘텀', '히트맨', '오블리비언', '어 퍼펙트 데이' 등에서 강렬한 액션 연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맡았다. 사실상 쿠릴렌코의 원맨쇼로 전개되는 이 작품에서도 부족함 없는 활약을 펼친다.


동성애신도 과감히 도전,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감행했고 긴박한 상황 속 감정선 조절은 물론 주특기인 액션 연기도 시원하게 소화했다.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거친 군인 클라라를 묘사한 것도 역할에 무게를 더했다.


아쉬운 건 작품의 짜임새가 너무 어설퍼 연기가 그다지 빛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열찬 복수가 담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클라라를 어느 정도 여전사적 서사로 빚어낸 것도 아니라 딱히 돋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개연성과 스토리가 부재해, 단순히 화난 여성의 폭주 정도로만 보여져 복수도 통쾌하지 않다.


남성을 부정적 존재로만 그리는데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왜 그렇게 싸워야만 하는 건지, 클라라를 둘러싼 상황 설명 등이 촘촘히 그려지지 않아 몰입이 떨어진다. 설득력이 없어 영화를 다 보고나면 잔상조차 남지 않는다. 액션이 조금 가미된 그저 그런 복수극이라는 설명이 더 어울린다. 그나마 주인공의 그럴듯한 연기에 빠른 전개가 있어 킬링타임용으로는 무난해 보인다.


포스터나 영화스틸의 기운을 반도 넣지 못한 '상티넬'. 감동도 재미도 웃음도 실종됐다. 어디에 집중해야 될지, 관객을 헤매게 한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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