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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가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백팀 두 번째 투수로 나서 전력투구 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구위는 확인했다. 이닝과 투구수를 늘려가며 스태미너까지 증명하면 에이스 공백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 선발투수에 관한 감독의 기준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KIA 이의리(19) 얘기다.

이의리는 팀의 첫 자체 평가전에서 1.2이닝을 소화했다. 볼넷 한 개를 내줬지만 삼진 한 개를 빼앗아냈고, 최고구속은 148㎞까지 측정됐다. 눈길을 끈 대목은 대부분 플라이 타구였다는 점이다. 타자들의 감각이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탓으로 볼 수도 있지만,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춰 스윙을 해도 팝 플라이가 되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미 불펜피칭 때 회전수가 2300 후반대 rpm으로 측정돼 눈길을 끌었는데, 실전에서도 회전수를 유지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회전수가 많으면 볼이 포수 미트로 날아가는 동안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다. 볼이 출발하는 지점부터 가상의 궤적을 그려두고, 감각적으로 스윙하는 타자 입장에서는 예상보다 볼이 덜 떨어지기 때문에 밑동을 맞히는 경우가 많다. 볼 회전이 좋은 투수가 팝플라이를 많이 유도하는 것도, 체인지업 뒤 패스트볼을 던져 플라이볼을 유도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140㎞대 후반까지 측정된 빠른 공이 회전까지 좋으니 타자들이 정타를 만들어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의리의 강점은 구위에 그치지 않는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덜 떨어지는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춰 평소보다 공 반개 가량 타깃을 상향조정하면, 떨어지거나 휘는 구종이 날아든다. 역시 정타를 만들기 어렵고, 스윙 궤도가 높은쪽에서 형성되니 변화구에는 땅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기 까다로운 투수라는 의미다. 볼이 나오는 지점을 잘 숨긴다는 점도 강점이다. 물론 상체가 횡으로 돌기 때문에 우타자 몸쪽 제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경험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KIA에 없던 ‘고졸 신인 풀타임 선발’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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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가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백팀 두 번째 투수로 나서 전력투구 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선발 기용 여부는 맷 윌리엄스 감독이 판단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의리처럼 어린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기 위한 확실한 기준을 갖고 있다. 그는 “구속과 제구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세 번째 구종의 완성도가 선발로 적합한지 여부를 가름한다”고 말했다. 포심, 슬라이더 조합을 가진 투수라면 체인지업이든 커브든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구종 하나를 더 갖고 있어야 선발 후보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구종이 많은 게 아니라 결정구로 활용할 구종이 세 개는 돼야 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전통적 개념”이라며 여지를 남기면서도 “세 가지 구종으로 완급조절을 하고,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결정구가 있어야 어릴 때부터 선발로 꾸준히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꼬 정의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여러명이 선발로 경쟁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의리도 일찌감치 선발 후보로 분류됐고, 그 출발을 플러스 원 형태로 한 셈이다.

KIA는 올해 메이저리그로 떠난 양현종의 공백을 선발진이 얼마나 채우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KIA 조계현 단장은 “어린 투수들에게는 엄청난 기회”라는 말로 무한경쟁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 선봉에 선 투수가 왼손 고졸신인이라면, KIA의 선발 경쟁은 기대 이상으로 치열할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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