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s Cardinals Spring Baseball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4일(한국시간) 로저딘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1회 제구 난조에 시달리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힘이 분산되는 모습이 중계화면으로도 드러났다. 폭발력이 약한데다 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고전할 수밖에 없는 투구였다.

‘스마일 K’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강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특별규정 덕분에 밸런스를 점검할 기회를 얻었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두 번 강판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시범경기이고 첫 등판이라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압도적인 모습을 과시한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김광현은 4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로저딘 스타디움에서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를 치렀다.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1회 도중 강판됐고, 2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등 두 차례 등판에서 0.2이닝 4안타 2볼넷 4실점(3자책)했다. 패스트볼 구위와 제구가 원하는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슬라이더의 날카로움도 보이지 않았다. 김광현은 “제구가 흔들렸고, 구속도 잘 나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부족했다. 비디오 영상 등을 보면서 다시 분석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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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김광현(오른쪽)이 4일(한국시간) 로저딘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1회 제구 난조에 시달리다 강판되고 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 AP연합뉴스

경기 전 내린 비로 예정보다 늦게 시작해 컨디션 조절에 난조를 겪었을 가능성도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불펜과 라이브피칭 등으로 감각을 끌어 올렸지만, 다른 팀과 맞붙는 시범경기는 느낌이 다르다. 첫 타자 케빈 필라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월 3루타를 내줬고, 1사 3루에서 J.D 데이비스에게 좌전 적시타,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볼넷, 루이스 기요르메와 토마스 니조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강판됐다. 이대로 끝나는 듯 하던 김광현의 첫 시범경기 등판은 2회 다시 이어졌다. ‘투구수 20개가 넘으면 3아웃 이전에 이닝을 끝내거나 교체할 수 있다’는 시범경기 특별규정 덕분이다.

어두운 표정으로 마운드에 선 김광현은 프란시스코 알바레스를 삼진으로 돌려보냈지만, 필라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다시 강판됐다. 패스트볼(18개) 최고 구속은 144㎞까지 측정됐고, 슬라이더 11개, 커브 6개, 체인지업 4개 등 39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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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4일(한국시간) 로저딘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 각도 탓인지 팔이 덜 넘어온 인상이 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 USA투데이연합뉴스

그는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1회에 투구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아서 2회에 다시 등판할 때는 밸런스를 다시 잡고 싶었는데 잘되지 않았다. 올해는 실내에서 훈련한 시간이 많았다. 러닝보다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훈련했는데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정규시즌 개막(4월 2일)까지 한 달 정도가 남았다. 좋은 모습을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광현은 특유의 다이내믹함이 사라져 고전했다. 킥동작 때 골반에 힘을 모으는 동작이 사라져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지 않아 보였다. 다리를 들어 올린 뒤 골반의 조임을 바탕으로 중심이동을 시작하는데, 이날 김광현은 골반을 조이기 전에 주저앉는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나가면서 앉는다’에서 ‘앉은 뒤 나간다’로 밸런스가 바뀌니 힘이 분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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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4일(한국시간) 로저딘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강판되면서 손바닥을 살펴보고 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 USA투데이연합뉴스

지난해와 달리 보직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에 낙담할 이유는 없다. 자신의 말처럼 러닝 등 하체 강화와 밸런스 훈련 등으로 잘 정비해서 다음 등판에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면 된다. 김광현은 “지난해와 마음가짐이 다르지는 않다.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이닝을 늘려야 한다. 제구와 구속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파악해 보완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2년 보장 800만달러에 계약을 맺은 김광현은 올시즌 후 다시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이날 인터뷰를 앞두고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계획인가?”라는 짓궂은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되면 좋겠다”며 재치있게 맞받아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광현은 “올해가 중요한 시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규시즌을 시작하면 오늘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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