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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르도 페레즈 부산 아이파크 감독.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절친’으로 알려진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회장사’ 부산 아이파크가 K리그2 첫판에서 충격적인 완패를 당했다.

페레즈 감독이 이끄는 부산은 지난달 28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끝난 ‘하나원큐 K리그2 2021’ 개막 라운드 서울이랜드와 홈경기에서 0-3 대패했다. 지난해 1부에서 최하위로 밀려나 2부로 강등한 부산은 벤투 감독의 추천으로 포르투갈 출신 페레즈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페레즈 감독은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사령탑을 맡았던 시절 골키퍼 코치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지난 동계전지훈련 기간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화두로 내걸며 결속력을 꾀한 그는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 K리그의 매운맛을 경험했다.

페레즈 감독은 박정인을 최전방에 두고 성호영~김진규~정훈성을 2선에 배치, 전반부터 공세를 펼쳤다. 젊은 공격수의 기동력을 앞세워 원하던 대로 전방 압박과 공격 시 속도가 눈에 띄었다. 다만 몇 차례 득점 기회에서 마무리가 부족했다. ‘0의 균형’이 이어진 후반 초반에도 자신의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부임 2년 차’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랜드의 노련한 역습에 무너졌다. 서울이랜드는 전반 탐색전을 벌이면서 페레즈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을 익혔고, 후반 완벽한 맞춤식 전술로 상대를 무력화했다. 중원의 장윤호와 김선민을 중심으로 라인을 끌어올려 부산 중원의 패스 줄기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레안드로를 중심으로 역습을 펼쳤다. 결국 후반 12분 레안드로의 패스를 받은 장윤호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8분 뒤엔 세트피스 상황에서 흐른 공을 황태현이 오른발로 차올렸고, 센터백 이상민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당황한 부산은 이상헌, 안병준, 드로젝 등 교체 명단에 포함된 공격수를 총출동시켰으나 전반보다 기동력이 떨어졌다. 결국 후반 42분 서울이랜드가 다시 역습 기회에서 레안드로의 침투 패스에 이은 김정환이 오른발 아웃사이드 마무리로 부산 추격 의지를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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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은 페레즈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 지향적인 색깔을 어느 정도 입증했지만 상대 대응에서는 허점을 보였다. 서울이랜드는 정 감독 체제에서 움츠렸다가 상대 수를 읽고 역공을 펼치는 데 능한 팀이다. 페레즈 감독은 경기 전에도 서울이랜드 역습을 경계했는데, 결국 알고도 당한 셈이다. 또 압박을 중시하며 ‘많이 뛰는’ 팀플레이를 뽐냈지만, 후반 들어 전체적으로 지쳐 보였다. 축구 분석 플랫폼 ‘비프로일레븐’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볼 점유율(57.3%)과 패스 숫자(421회) 모두 서울이랜드(42.7%·341회)에 앞섰다. 하지만 슛수에서는 11-9로 근소했고, 유효슛은 오히려 3개로 서울이랜드(5개)보다 적었다. 그만큼 활동량과 비교해서 실리적이지 못했다. 반면 서울이랜드는 후반 상대 패스 실수를 유도하면서 인터셉트 24-15, 볼 차단 53-47로 우위를 보였고, 유효슛 5개 중 3개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여우 같은 축구를 뽐냈다. 페레즈 감독은 “오늘 패인은 그저 상대 역습이 잘 들어맞았고 수비 전환 시 우리가 대처하지 못한 게 컸다. 졌지만 우리는 이런 축구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랜드는 창단 이후 첫 ‘개막전 승리’ 기쁨을 누렸다. 지난 2015년 창단한 서울이랜드는 그해 FC안양과 1-1로 비긴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제주전 1-1 무승부)까지 개막전에서 3무3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정정용 체제에서 7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개막전에서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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