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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품질관리1 Unit 소속 임태규 사원. 제공 | SK이노베이션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전직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라는 이색 경력의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직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직원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지친 일상에 활력을 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업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SK이노베이션은 28일 “SK에너지 품질관리1 Unit 사원 임태규 씨는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SK이노베이션 울산 Complex(이하, 울산CLX)의 대표적인 MZ세대 구성원”이라고 소개했다.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제트 세대를 통칭하는 세대로, 보통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직장 생활을 선택할 때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중시한다.

임태규 씨에게 온라인 게임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화수분이다. 퇴근 후 즐기는 온라인 게임은 워라밸을 찾는 방법이자 업무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다. 임 씨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등 게임에 부정적이었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글로벌 게임 업체와 손을 잡고, ‘따로 또 같이 놀자’는 뜻의 ‘Play Apart Together’ 캠페인을 진행했다”라며, “팬데믹 시대에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로 게임을 권장하고 나선 점이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과 취미가 철저히 분리되면서 삶이 훨씬 다채로워졌다”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재미있는 인생을 원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가지는 게 좋다”며 “어떤 취미를 가질 지 고민된다면 주변 선배, 동료들과 정보를 나누면서 함께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조금은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인 시도라도 지친 일상에 활력을 더할 수 있고 업무 몰입도도 높여 진정한 워라밸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임 씨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선수였다. 지난 2005년 임태규 사원은 16살의 어린 나이로 아마추어들과 합숙생활을 하며 프로게이머를 준비했다. “합숙생활 초기에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PC방 대회를 나갔어요. 결과는 탈락의 연속이었죠.” 계속된 탈락의 고배. 그 과정에서 임태규 사원에게 게임은 재미를 넘어 목표가 됐다. 절실하지 않으면 프로게이머 데뷔가 어렵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임 씨는 생활계획표를 만들어 하루 15시간 이상 연습과 전략 연구에 몰두했다. 그의 악착같은 근성은 두 달여 만에 결과로 증명됐다. 스타크래프트 준프로를 선발하는 ‘커리지 매치’에서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연이어 프로게임단 입단 테스트까지 당당히 통과하며 지난 2007년, 꿈에 그리던 프로게이머가 됐다. 임 씨는 프로게이머로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개인리그 등에서 6년간 활약하며 재능과 열정을 바쳤다.

하지만 2012년 이후 e-스포츠 전체가 정체기에 빠지면서 임 씨는 프로게이머 은퇴를 결심했다. 온전히 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가 됐지만, 업(業)으로서의 게임과 취미로서의 게임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임 씨가 새로운 길에 도전을 결심했을 때, 전기 분야에 몸담고 있던 그의 부친이 뜻밖의 방향을 제시했다. 임 씨는 프로게이머 은퇴 이후 4년간 학업에 매진해 2016년 SK에너지 입사라는 새로운 시작을 이뤄냈다. 제2의 인생을 연 임 씨는 현재 SK에너지 품질관리1 Unit에서 실험과 제품·반제품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임 씨는 “성과 경쟁의 압박에서 벗어나 심리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게 된 점이 가장 행복하다. 프로게이머 시절 게임 전략 구상, 플레이 순서와 같이 빌드를 짜던 습관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konplas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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