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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전북 현대

[전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지난 시즌 MVP가 빠졌지만 대체자는 있었다.

전북 현대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지난해 K리그1 MVP를 차지한 미드필더 손준호를 중국으로 떠나보냈다. 올시즌 최대 숙제가 손준호의 공백을 채우는 것이라는 분석에 이견이 없던 이유다. 손준호는 수비에 패스 능력까지 워낙 출중한 기량을 보유한 선수가 빈 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우려 속에 치른 개막전에서 전북은 손준호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캉테’ 최영준 때문이다. 최영준은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리그 첫 경기에 선발 출전해 다재다능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전북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최영준은 류재문과 함께 4-2-3-1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얼핏 보면 더블 볼란치를 세운 것 같지만 실제 경기를 살펴보면 류재문이 다소 뒤에서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최영준이 한 칸 위로 올라가 공격적인 패스를 뿌리는 모습이었다. 최영준은 경남FC 시절부터 수비력이 좋은 선수로 정평이 났다. 반면 공격적인 능력, 특히 패스의 정확도와 질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날 최영준은 중앙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풀어가는 실력을 선보였다.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동료들에게 찔러주는 패스도 돋보였다. 겨울 내내 김상식 전북 감독이 주문한 공격적인 패스가 여러차례 나오며 상대를 위협했다.

경기 분석업체 비프로일레븐 자료에 따르면 최영준은 공격지역에서 총 18회 패스를 성공시켰다. 20회의 김보경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전진패스는 16회로 미드필더 중 가장 많았다. 패스성공률이 72.3%로 높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를 끌고나가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김상식 감독도 “겨울에 원터치로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많이 훈련했는데 어느 정도 잘 나왔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론 특유의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도 빛났다. 류재문이 후반 교체로 빠진 후에는 최영준이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담당했는데 서울의 날카로운 역습을 막아내며 무실점에 기여했다. 팀에서 가장 많은 차단 6회, 획득 13회, 인터셉트 3회 등의 지표가 최영준의 활약을 증명한다.

최영준은 지난 2019년 전북에 입단해 야심차게 챔피언 클럽에서의 도전을 시작했지만 전임 감독의 외면을 받으며 1년 반 동안 전북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그러나 포항 스틸러스에서 꾸준히 경기에 뛰며 진화했고, 복귀해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최영준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전북은 손준호의 빈 자리를 생각하지 않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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