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나진기는 건축 관련 일을 하다가 가수로 전업했다. 무대에 오른 지 이제 3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넘기 힘든 큰 산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든든한 존재이면서 가장 벽이 되는 존재. 바로 사촌형 나훈아다. 그 연장선에서 나진기는 가수의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하진 않을까.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 하고 싶은걸 하는 사람이다. 직장생활을 하면 산더미 같은 일에 치이고 저녁에 소주한잔에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가수도 무대뒤에서 여러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대에 올라 자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무대에선 내가 주인공이다. 직장인과 수입은 비교 안되지만 노래를 부르는 시간만큼은 행복하다. 세상에서 가장 부자 부럽지 않다"라고 했다.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아직 유명가수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마이크를 잡으며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참 많다. 나훈아 디너쇼에서 공연할 때 대형 미러볼이 떨어진 사건, 다리가 찢어진 나훈아의 붕대투혼 목격, 무대 뒤에서 사촌형의 노래를 부르다 깜짝 등장한 퍼포먼스, 매일 하던 노래가사가 기억 안나 머릿속이 하얗게 된 순간, 지퍼를 열어놓고 노래 부른 많은 기억들 등등.

얼마전 JTBC '싱어게인' 결승전에서 가수 이소정은 정준일의 '안아줘'를 부르다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했다. 그녀는 충격으로 잠시 무대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시 힘을 내 노래를 이어나갔지만, 무대 직후 눈물을 보였고 최종 4위를 기록했다.

그 모습을 방송으로 지켜본 노래한 나진기는 '자신감'과 '뻔뻔함'을 이야기했다. 자신에게 한 조언이지만 다른 가수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내용이다.

나진기는 "옷을 급하게 입고 나가다 보면 지퍼가 열려 있곤 한다. 관객들이 뭐라고 해도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끝까지 노래해야 한다. 가사를 틀려도 '내가 맞는거야' 박자를 놓쳐도 '내가 맞는거야' 이렇게 뻔뻔하게 가야 한다. 틀렸다고 어떡하지 하면 안된다. 틀려도 내가 맞는거다. 무대에선 그렇게 하는거다. 뻔뻔하게"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나진기는 오늘도 당찬 자신감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찾는 관객은 적지만 여전히 마이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널리 알려진 히트곡이 없다.

사촌형 나훈아에게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떠났지만, 아직 찾아갈 때는 아니다. 보란 듯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께 있을 때 나훈아가 여러 차례 도와줬지만 유명세로 이어지지 못했다. 나진기가 품고 있는 나훈아는 고마움의 대상 그 자체다. 카리스마의 상징이 아니다.

나진기는 "형님은 와일드 해 보이지만 절대 상남자 스타일이 아니다. 다정다감하다. 노래 연습할 땐 속에서 소리를 끄집어내라며 배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녹음실에선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다. '연습할 때는 이렇게 했잖아. 틀려도 돼. 내가 컨트롤 해줄게. 하고 싶은데로 해봐'라고 했다. 내가 못된 짓도 했는데 혼내지 않았다. 뒤돌아 속상해 하셨지만. 연예인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줬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나진기는 사촌형에게 한발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오늘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히트곡이 많이 있는 가수는 부럽다. 하지만 그들은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그냥 된 건 없다. 나도 히트곡이 나올 때까지 계속 노래하겠다"라고 약속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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