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 배우근기자·영상 윤수경기자] "누구 동생 아니냐고 하는데, 맞아요. 사촌형님이 ‘나훈아’입니다." 트롯가요 '콩심은데 팥도나게'를 부른 나진기,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 나훈아의 사촌동생이다. 나진기도 사촌형과 같은 유전자를 이어받은 까닭일까. 트롯 가수로 30년째 무대에 서고 있다. 물론 처한 상황은 다르다. 나진기는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사촌형 만큼은 못한다"라고 인정 하면서도 "난 이미테이션 가수가 아니다. 나도 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모든 가수들은 기성 가수를 모창하며 성장한다. 나진기 역시 마찬가지. 어린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던 사촌형이 TV무대에서 열창하는 모습은 깊게 각인됐다. 그도 나훈아의 노래를 듣고 따라하며 빛나는 무대를 꿈꿨다. 성장해 건축 일을 시작했지만, 가수의 꿈을 포기하진 못했다. 공사장 작업복 보다는 무대에서 빛나는 멋진 옷이 더 좋았다. 나진기는 "누구 동생 아니냐고들 많이 하는데, 맞다. 나훈아를 통해 많이 알려졌고 좋았다. ‘꿩대신 닭’이라고도 불러주셨다"라고 했다.

처음엔 생계형 가수로 출발했다. 직장보다 두 배 이상 받으며 업소에서 노래를 불렀다. 나이트바, 카바레 등 가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훈아가 그를 불렀다. 나훈아는 사촌동생 나진기에게 "너는 왜 노래를 하니? 내가 들어보고 가수가 될 재목인지 보겠다. 아니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나훈아는 사촌동생의 노래실력에 부족함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진심도 느꼈다.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라고 격려했다.

나훈아는 "업소에서 노래하는 가수는 생명이 길지 않다. 앨범을 내는 가수가 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했고, 나진기는 직장을 그만두고 가수에 전념했다. 2년간 수입 없이 생활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 흘러갔다. 다시 업소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훈아는 그런 동생에게 "배가 고픈 거지는 더 참아야 한다"라며 직접 노래 지도를 해주었다. 작사작곡도 해줬다. 무대에도 세웠다. 사촌형으로서 할수 있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가수는 무대에 서면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온갖 힘이 들어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훈아는 사촌 동생에게 "너는 왜 노래를 하려고 애를 쓰니? 잘할 부분은 잘해야 하고 나머진 상대에게 말하듯 전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가수라면 누구나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기 마련. 그러나 대가의 조언은 반대로 힘을 빼라는 것이었다.

나진기는 "나훈아 형님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한다. 책을 많이 보고 외국 곡을 통해 계속 공부한다. 머리도 좋다. 그런데 나는 머리가 안좋다"라고 방싯하며 "나훈아의 빈자리를 나 보고 챙기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형님처럼 잘할수 없다. 타고난 그릇이 있다"라고 겸손해 했다.

나진기는 노래를 할수록 그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사촌형님의 무대에도 많이 서 봤지만, 그 자리에서 죽을 지언정 모든 걸 쏟아내야 속이 편하다. 안되면 너무 후회된다. 이번 신곡 '콩심은데 팥도나고'를 천 번 이상 불렀는데 할 때마다 다르다. 매일 공부하고 연습하는데 모든 걸 보여드려야 하는 실전무대가 참 어렵다"라고 했다.

나진기의 가수 인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나훈아 동생 나진기가 아닌 내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인정 받겠다"라며 오늘도 미사리 '열애'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사진 | 윤수경기자 yoons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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