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아-신아영(최종)
제54대 대한축구협회 새 임원에 선임된 홍은아(왼쪽) 부회장과 신아영 이사.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한국 축구 최상위단체인 대한축구협회(KFA)의 유리천장이 깨졌다.

제54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하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정몽규 회장이 ‘안정 속 파격’을 키워드로 여성 임원을 대거 등용했다. KFA는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몽규 3기 체제’ 새 임원진을 선출했다. 부회장 6명, 분과위원장 5명, 이사진 11명 등 22명의 임원과 감사 2인을 선임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국제 심판으로 이름을 떨친 홍은아(41) 이화여대 교수가 여자축구 및 심판 행정을 책임지는 부회장으로 전격 선임된 것이다. 여성이 KFA 부회장직에 오른 건 홍 교수가 처음이다.

홍 신임 부회장은 이화여대 체육학과 졸업을 앞둔 2003년 1월 한국인으로는 최연소인 만 23세에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 자격을 얻은 뒤 세계청소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특히 2010년 잉글랜드축구협회 여자 FA컵에서 비 영국인 최초로 주심을 맡았고, 같은 해 U-20 여자월드컵 개막전 주심으로 나서면서 한국인 최초 FIFA 주관 대회 개막전 심판진에 이름을 올렸다. 심판으로 바쁘게 지내면서도 영국 러프버러대학에서 스포츠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2년 현역 은퇴 이후 모교 체육과학부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리고 FIFA 심판 강사로도 활동했다.

정 회장 주도로 첫 여성 부회장을 끌어낸 건 세 번째 임기의 비전과 맞물린다. 그는 앞서 취임사를 통해 가장 먼저 제시한 화두가 여자 축구 발전 및 저변 확대였다. 정 회장은 “여자축구는 최근 FIFA를 비롯한 전 세계 축구계의 화두이자 블루오션이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도 여자축구 활성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여자축구 발전의 큰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과거 KFA는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효성을 두고 의문부호가 따랐다. 누구보다 여자 축구 현장 경험이 많고 이론을 탑재한 홍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정으로 여성이 축구에 참여할 기회를 늘리고, 등록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홍 부회장 외에 이사진에도 박채희(48) 한체대 교수, 김진희(40) 경기감독관, 방송인 신아영(34) 전 아나운서 등 3명의 여성이 합류했다. 특히 신 이사는 그야말로 깜짝 선임이었다. 하버드대 출신 재원으로 잘 알려진 신 이사는 2011년 SBS ESPN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여러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그는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매거진 프로그램 ‘EPL 리뷰’를 진행하는 등 축구 관련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축구 여신’으로도 불렸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3개어를 유창하게 하는 신 이사는 2014년 프리 선언 이후에도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기자회견 진행을 맡는 등 축구계 다양한 행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KFA 관계자는 “신 이사는 그동안 방송에서 보인 미디어 부문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축구에 대한 애정을 고려해서 선임했다. 이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자유로운 경쟁과 기회의 평등을 통해 조직의 역동성을 그리고 있다. ‘파격’이란 이번 인사 키워드 내엔 세대교체와 다양성 기조가 담겨 있다.

KFA는 홍 부회장 외에 업무 영역별로 김병지(51·생활축구&저변확대)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 김대은(56·시도협회) 전북축구협회장, 조현재(61·대관&축구종합센터) 부회장, 이용수(62·기술&전략) 세종대 교수, 최영일(55·대회운영) 부회장을 각각 선임했다. 이 밖에 이천수(40) 전 인천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이 사회공헌위원장으로 새롭게 선임됐고, 협회의 살림을 책임지는 전무이사에는 앞서 내정된 박경훈(60) 전주대 교수가 선임됐고, 전한진(51) 사무총장은 연임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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