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2020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지난해 7월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주권이 8회 역투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로 연봉조정위원회가 선수의 손을 들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오후 KBO 컨퍼런스룸에서 KT 구단과 KT 투수 주권(26)에 대한 연봉을 조정했다. KBO가 구성한 연봉조정위원회는 2억2000만원을 제시한 KT 구단과 2억5000만원을 제시한 주권 양측의 입장을 면밀히 검토한 후 주권 측이 제시한 2억5000만원을 선택했다. 이로써 주권은 2002년 LG 류지현 감독 이후 처음, 역대 연봉조정 신청자 중 두 번째로 위원회에서 승리한 선수가 됐다.

이는 향후 KBO리그 판도에 굵직한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KBO리그는 좀처럼 연봉조정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번 위원회 또한 2011년 롯데 구단과 이대호 이후 10년 만이었다. 결과만 봐도 수긍이 간다. 주권 이전에 총 20번의 위원회가 열렸는데 이중 19차례 구단이 승리했다.

2010년 타격 7관왕을 이룬 이대호 또한 당시 위원회에서 롯데 구단에 패한 바 있다. 더할나위 없는 활약을 펼친 선수도 위원회에서 고개를 숙인 만큼 선수 입장에서 연봉조정신청은 승산없이 부담만 큰 일이었다. 2002년 류지현의 경우 류지현은 야수 고과 1위를 달성했지만 LG 구단이 삭감액을 들고 나오면서 류지현이 최초의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 주권의 경우 KT 구단은 7000만원 인상, 주권은 1억원 인상으로 양측 모두 인상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주권이 지난해 1억원 인상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고 결론지었다.

위원회까지 가지 않았을 뿐 연봉협상테이블에서 구단과 선수의 충돌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스프링캠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10구단이 전체가 연봉협상을 완료짓지는 못했다. 이번 주권의 승리는 향후 더 많은 위원회 개최를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있고 에이전트가 선수를 대신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에이전트 또한 고과산정을 통해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며 위원회에서 다양한 자료를 첨부한다.

연봉조정신청은 1년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ML)에서나 익숙한 단어였다. 매년 이맘 때 ML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연봉조정을 신청하고 2월초 혹은 2월 중순 위원회가 열린다. 올해도 코리안빅리거 최지만을 포함한 총 13명의 선수가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휴스턴 카를로스 코레아의 경우 구단은 975만 달러, 선수는 1250만 달러를 제시하며 양측의 차이가 275만 달러, 약 30억원에 달한다. 투타를 겸업하는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또한 선수는 330만 달러, 에인절스 구단은 250만 달러를 제시한 채 위원회 개최를 기다리고 있다. 서비스타임 3년을 채운 선수부터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주어지는데 지난해까지 선수 측은 승률 43.7%를 기록했다.

한국프로야구는 주권의 승리로 인해 선수 측 승률이 5%에서 9.52%로 상승했다. 여전히 구단이 승률에서 압도하고 있으나 앞으로 양측의 승률은 지속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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