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SK 3루수 최정이 잠실 두산전에서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저지른 뒤 아쉬워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제 뒤에 국가대표 야수들이 있잖아요.”

지난 2019년 프리미어12 때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은 ‘맞혀잡는 재미’에 눈을 떴다고 밝혔다.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지는 김광현도 경험을 쌓으면서 야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투구를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김광현은 “1회부터 강판될 때까지 모든 타자에게 150㎞짜리 제구된 빠른 공을 던져 삼진을 잡아내면 좋겠지만, 이 세상에 그런 투수는 없다. 삼진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수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포수와 야수를 믿고 초구 2구에 배트를 끌어내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야 야수들도 수비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리듬을 유지해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토] SK 최준우, 막고 싶었지만...
SK 와이번스 내야수 최준우(왼쪽)가 문학 NC전에서 도루를 막기 위해 포수 송구를 받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마운드 재건에 집중하고 있는 SK에 꼭 필요한 말이다. 투수들의 제구력 향상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것을 고려하면 야수들의 실력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가대표급 내야진을 구축한 두산 투수들이 비교적 편안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배경도 같은 이유다. 애매한 타구가 나와도 ‘야수들이 처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투수는 조금 더 과감해진다. 과거 힘으로만 윽박지르려던 레다메스 리즈에게 당시 투수코치였던 LG 차명석 단장이 “뒤에 서 있는 7명의 야수들에게 수비 할 기회를 주지 않는건 매우 이기적인 태도”라고 꼬집어 맞혀잡는 피칭을 유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 야수들은 지난해 최다 실책 2위(91개) 불명예를 썼다. 투수 실책 8개를 보태 99개(전체 5위)를 범했다. 제이미 로맥이 12개, 최정이 11개, 김성현이 10개 등 내야진이 볼을 더듬는 경우가 많았다. 강한 타구가 많고 까다로운 바운드가 잦은 내야수 특성을 고려하면 내야수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실책을 저지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실책이 어떤 상황에 발생하느냐에 따라 투수들이 느끼는 신뢰도에는 차이가 크게 난다. 단순히 실책 숫자가 아닌 ‘납득할 만한 플레이’에 투수의 마음이 변한다는 의미다.

제이미 로맥
SK 와이번스 내야수 로맥이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파울 타구를 잡아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SK 조원우 퓨처스감독은 롯데 사령탑 시절 “수비 안정성, 특히 내야수들의 안정은 팀 평균자책점을 좌우할만 한 요소”라고 밝혔다. 조 감독은 “안타가 될 법한 타구를 건져내 아웃으로 연결하는 것도 마땅히 박수 받아야 할 플레이지만, 투수들의 신뢰를 얻는 수비는 ‘처리해야 할 타구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투수가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기대했는데, 아웃카운트 한 개를 덜 잡으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실수 하나가 투수들에게는 투구수 증가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SK 투수들은 문학구장 마운드에 서면 장타를 의식한다. 구위는 좋지만 제구가 불안한 투수가 많다는 점도 볼넷과 장타를 동시에 의식하다 이도저도 아닌 투구를 하는 빈도를 높인다. 이런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일단 강하고 짜임새 있는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프로는 몸으로 말해야 한다”는 김원형 감독의 선수단 운영 철학이 수비부터 적용돼야 하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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