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강원FC 이영표 대표. 춘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특유의 화려한 드리블로 측면을 흔들던 드리블이 생각난다. 행정가로 변신한 이영표(44) 강원FC 대표이사가 이적시장을 휘젓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초보 행정가다. 은퇴 후 K리그와는 관계 없는 일을 했고, 은퇴도 해외에서 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프로축구와 떨어져 있어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막상 데스크에 앉은 모습을 보니 초보라는 배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대표이사는 노련하면서도 기민한 움직임으로 K리그 겨울 이적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이사는 대형 트레이드를 주도해 화제를 모았다. 성남FC가 대전하나시티즌과 박용지, 김동현을 트레이드하고 김동현이 강원으로, 대신 이현식이 대전으로 향하는 삼각 트레이드였다. 그런데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16주 이내 연속 이적을 제한하는 규정이 변수로 작용했다. 규정에 따르면 이적 후 곧바로 팀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성남과 대전이 이미 트레이드에 합의한 상황에서 각 팀마다 필요한 자원이 달랐기 때문에 자칫 판이 깨질 수도 있는 그림이었다. 복잡한 상황에서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까지 관여된 5각 트레이드로 판이 커졌다.울산은 부산에 박정인을 보내고 받은 이규성을 성남으로 임대 보냈다.대신 강원 공격수 김지현은 울산으로 향했다. 초유의 대형 트레이드 속 이 대표이사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이사는 거취가 불분명했던 올림픽대표팀 공격수 김대원 영입에도 뛰어들었다. 당초 김대원은 울산과 협상했는데 상황이 진척되지 않았고, 이 틈을 확인한 이 대표이사는 직접 움직여 김대원을 품는 데 성공했다. 은사였던 조광래 대구 사장에게 적절한 제안을 했고, 선수 개입 협상까지 빠르게 성사시키며 ‘오피셜’을 띄웠다. 김대원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활동량을 보유한 선수로 장래가 촉망되는 윙어다. 독일, 포르투갈의 관심을 받기도 했던 자원이라 강원 공격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강원과 이적시장에서 접촉한 한 국내 에이전트는 “두뇌 회전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강원과 상대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지 방법까지 빠르게 내놓는다. 판단력과 결단력이 모두 좋아 보인다. 선수 시절 플레이를 보는 것처럼 굉장히 기민하고 기발하다.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행정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는 것 같다”라는 후문을 꺼냈다.

모든 팀에게는 비시즌이 시즌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겨울 이적시장은 새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선수단만큼이나 사무국의 일처리 방식이 중요하다. 이 대표이사는 김병수 강원 감독과도 적절하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착실하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실점이 많았던 강원은 아슐마토프와 임창우, 윤석영 등 수비 자원도 폭 넓게 보강해 스쿼드 전체의 힘을 키우고 있다. 아쉬움이 남았던 2020년을 뒤로 하고 이 대표이사와 함께 새 시즌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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