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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어떤 역할이든 축구계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3년 6개월 만에 현장 지도자로 복귀한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울산 현대 신임 감독은 라이벌팀 어드바이저로 합류한 후배 박지성 얘기에 이렇게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 18일 새 시즌 대비 동계전지훈련지인 경남 통영에서 취재진과 만나 박지성의 전북행을 반겼다. 이날 정오께 본지는 박지성이 전북 구단과 선수단 운영을 돕는 어드바이저 부임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홍 감독을 만난 건 보도가 나온지 1시간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그는 “스스로 잘 판단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본인이 경험한 것을 그라운드에서 전수하는 것도 좋지만 행정가로 구단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선수 은퇴 이후 각급 대표팀 감독과, 중국 클럽팀 수장은 물론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까지 지도자와 행정가로 두루 경험한 홍 감독으로서는 박지성의 선택을 두고 여러모로 값진 일이라고 언급했다.
홍 감독은 과거서부터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을 중심으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K리그 등 한국 축구에 다각도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인물이다. 월드컵 당시 주장 완장을 차고 리더 구실을 한 홍 감독의 은퇴 후 행보는 후배에게도 늘 관심사였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 수비수로 활약한 그는 은퇴 이후 각급 대표팀 지도자를 하면서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기념비적인 성과를 냈다. 그러다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하면서 첫 실패를 맛봤다. A대표팀의 무게감이 워낙 컸던지라 홍 감독을 향해 여러 비난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2017~2020년 KFA에서 행정가로 매우 호평을 받았고 그 역시 다채로운 경험으로 한층 성숙한 축구인이 됐다. 그리고 울산의 러브콜을 받고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다수 팬이나 축구인 사이에서는 홍 감독의 이러한 행보를 지켜보면서 은퇴한 뒤 축구계와 떨어져 지낸 다른 월드컵 스타도 도전정신을 품고 한국 축구에 이바지했으면 한다고 여겼다. 홍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늘 “내 명예는 축구에서 얻은 것이다. 축구를 하다가 명예를 잃을 수도, 더 큰 명예를 얻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가 받은 만큼 다시 축구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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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올해 반가운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박지성의 전북행에 앞서 동시대 최고 스타로 활약한 이영표가 강원FC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해 역시 행정가로 변신했다. 한국 축구의 별중의 별인 세 사람이 맡은 직책은 다르지만 2021년 K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홍 감독은 “2002 월드컵을 통해 여러 선수가 많이 성장했고, 해외진출도 했다. 그리고 명예도 얻었다. 이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잘 활용해서 구단과 K리그 발전에 더 많이 이바지했으면 한다”며 “(박지성, 이영표의 합류로) 올해 K리그가 팬의 관심을 더 받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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