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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11일(한국시간) 영국 머지사이드 크로스비 마린 트레블 아레나에서 끝난 2020~2021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 마린FC와 원정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크로스비 | 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참으로 반가운 휴식이었다.

유럽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내면서도, 그만큼 숨 가쁜 일정을 소화 중인 손흥민(29·토트넘)이 모처럼 재충전했다. 그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머지사이드 크로스비 마린 트레블 아레나에서 끝난 2020~2021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 마린FC와 원정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들었으나 뛰지 않았다. 주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8부리그 소속의 마린을 상대로 주력 요원을 아꼈다.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 골키퍼 휴고 요리스를 출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손흥민과 탕귀 은돔벨레, 세르히오 레길론을 벤치에 앉혔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날 최전방에 선발로 나선 카를로스 비니시우스가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완성, 5-0 대승했다. 사흘 뒤 애스턴 빌라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원정 경기를 앞둔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주전 카드를 꺼낼 이유가 없었다.

손흥민에겐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기였다. 이전까지 그는 토트넘의 올 시즌 공식전 28경기 중 25경기(선발 20회)를 소화했고, 16골 8도움(EPL 12골 5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팀이 가장 공을 들이는 EPL에서 케인,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요리스와 더불어 전 경기 선발 출전했다. 물오른 손흥민의 경기력을 즐기면서도 여러 전문가는 그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게 사실이다. 무리뉴 축구의 특성상 공격수도 수비 지역에 많이 힘을 보태는 터라 체력 소모가 크다. 특히 스프린트 유형의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어서 체력 소모에 따른 부상 우려가 종종 나왔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케인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을 때부터 팀 공격을 홀로 책임졌다. 그 기간 5경기 연속골을 해냈는데, 무리하게 뛰다가 오른팔 골절상까지 입었다. 그리고 회복을 거쳐 2019~2020시즌 EPL 하반기를 지배하면서 한 시즌 공격포인트 30개(18골12도움)를 완성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7월 말이 돼서야 종료됐고, 3주간 짧은 휴식기를 보낸 뒤 2020~2021시즌 준비에 나섰다. 그 사이 케인은 휴가 직후 자가격리하며 프리시즌 경기 등을 소화하지 않았다. 반면 최고조 경기 감각을 이어간 손흥민은 올 시즌 초반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탔는데, 지난 9월 말 햄스트링 부상이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경미한 수준으로 일주일여 휴식한 뒤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 지속해서 매서운 골 감각을 뽐냈다.

하지만 지난 2일 리즈전부터 손흥민은 이상징후를 다시 보였다.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뛰었고 6일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잠시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7년 6월 A매치 도중 오른팔 전완골 요골 골절상을 입었고 지난해 2월 애스턴 빌라전에서 같은 부위를 다쳤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최근 경기를 보면 과거 부상 부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또 최근 영국과 스페인에서 동시에 손흥민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을 다루고 있다. 쾌조의 오름세를 타면서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보이는 손흥민에겐 마린전 휴식이 어느 때보다 꿀맛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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